재계 "정운찬 생색에 들러리 못선다"
동반성장위원회와 대기업들이 초과이익을 협력사들과 나누도록 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놓고 끝내 정면 충돌했다.

동반성장위가 창립 1주년인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익공유제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대기업 위원 9명이 하루 전날 전격적으로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위원장을 포함, 25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동반성장위 전체회의는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대기업 위원들의 회의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이익공유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들러리를 설 바에야 차라리 불참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외 과시를 위해 동반성장위 창립 1주년 행사에 맞춰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쪽에선 “겉으론 강제성 없는 자율합의기구를 표방하지만 실제론 모든 것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규제기관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동반성장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기존 거래관행 개선과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동반성장 재원 조성 및 운영 등 4개 안건 중 성과공유제를 제외하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측 위원들이 제안한 기존 거래관행 혁신 안건은 협력사의 인건비 상승분을 100%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협력사 노사관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뿐 아니라 협력사 임금상승을 대기업이 무조건 보장하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분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을 때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대기업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대목은 이익공유제 도입이다. 배 본부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제도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측은 이익이 났을 때 많은 협력기업들이 어떻게 기여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고 사전에 약정을 맺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반성장위가 애플과 도요타 등이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성과공유제를 이익공유제로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기업들은 줄곧 성과공유제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목표를 기준으로 삼는 만큼 협력사의 기여도를 객관화하기 어려운 반면 성과공유제는 특정 협력사와 협약을 맺어 그 부분에서 이익이 늘었을 때 이를 나누는 것으로 훨씬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동반성장위가 대기업 이익의 1% 안팎을 동반성장기금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나 제3의 기관에 출연하도록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출연기금을 낸 대기업의 협력기업이 아닌 다른 중소기업을 위해 기금을 사용할 수 있고, 사실상 눈먼 돈인 만큼 엉뚱한 곳에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수언/정인설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