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 계열사 재무 지원 '부담되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해외 계열사에 보증 등 재무 지원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해외 계열사가 국내외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해 채무보증을 해주는가 하면 주식과 전환사채(CB)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조선과 해운업 등을 중심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 계열사 지원에 따른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오는 20일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HHIC-Phil)가 현지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할 1126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9월에도 필리핀 메트로은행(Metro Bank)으로부터 차입한 1650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한진중공업이 계열사에 채무보증한 잔액은 5조3000억원(미사용잔액 포함)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빅조선소를 정상화하려다 보니 본사의 재무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한진중공업 자체 차입금만 3조2412억원(3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영업 관련 선수금환급보증(RG)과 차입금 지급보증까지 맡아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S전선도 13일 중국 계열사인 LS인터내셔널(상하이)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빌린 339억원에 대한 채무보증 계약을 연장할 예정이다. 중국 계열사의 금융비용을 축소하고 유동성 개선을 돕기 위해서다. 중국 계열사에 대한 LS전선의 채무보증 잔액은 8900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오는 19일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 토탈 터미널 인터내셔널(Total Terminal International LLC)이 나티시스(Natixis) 등 해외 금융사로부터 빌린 4514억원에 대해 주주대출금과 주식, 전환사채(CB) 등 2708억원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해 컨테이너선의 물동량 증가 속도가 연초 기대치를 밑돌 전망이다. 공급 과잉으로 운임 하향 압력도 높다.

넥센타이어와 LG상사도 자회사인 청도넥센윤태유한공사와 계열사 LG인터내셔널(재팬)에 각각 292억원과 580억원의 채무보증을 연장할 예정이다.

양진희 대우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현지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빌려줄 때 지급보증이나 담보 제공을 이전보다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