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신용등급 중 최고인 ‘A1’등급을 받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취소를 요청했다. 신용등급 취소는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하던 관행이라 배경이 주목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에 CP 등급 취소를 요청했다. 이 회사의 CP 신용등급은 A1으로 최고 등급이다. 신용등급 취소 요청은 보통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조정 통보를 받은 기업들이 한다. 강등 사실과 악화된 재무상태 등을 공개하는 것보다 등급 자체를 없애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동성 악화에 시달려온 건설사들이 주로 등급 취소를 요청했다.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초우량 등급을 받은 기업이 이를 취소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CP를 발행하지 않는 데다 앞으로도 발행할 계획이 없어 등급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취소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외부 차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 들인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3년 이후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재무정보 공개가 꺼려진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작년 말 8300억원을 웃돌던 현금성자산이 지난 9월 말 4300억원(IFRS·국제회계기준으로 조정)으로 줄어드는 등 재무상태 흐름이 썩 좋지 않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