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CP 투자자 손실…우리투자증권 60% 물어내야"
LIG건설 기업어음(CP)을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이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손실의 60%를 물어줘야 하게 됐다.

12일 서울남부지법(민사 11부)은 LIG건설 CP 투자자 2명이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금융투자업자는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적 분석을 통해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액의 6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본지 11월21일자 A1, 3면 참조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2월까지 LIG건설 CP 1300억원어치를 판매했으며 LIG건설은 2월 말 부도 처리됐다. 판결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C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LIG그룹이 LIG건설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고 우수한 자본구조와 재무안정성 등도 강조했다.

김정철 법무법인우리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핵심은 전문금융투자업자인 우리투자증권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유 및 판매했느냐에 있다”며 “이번 경우는 그룹에서 자금지원을 할 것처럼 설명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 일부 승소한 투자자들은 소액 개인투자자의 손해배상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고령인데다 그동안 안전형으로 투자해왔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하지만 원고 중 한 명은 국책은행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국가재정자금, 해외원조자금을 관리해왔던 경력이 있어 금융 및 경제에 관한 지식 수준이 일반인에 비해 높고, 파생상품 투자경력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CP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 성원건설 전환사채(CB) 발행 주관사인 키움증권에 대해서도 60%의 손실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원건설은 2009년 9월께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360억원어치의 CB를 발행한 후 2010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사와 투자자 간 소송에 대해 연이어 법원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관련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증권사들도 향후 판결에 파장이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재 현대증권으로부터 대한해운 회사채를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이 증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