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서울대 아시아개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융합 담론과 실천’ 세미나에서 “국내에서 융합은 근거가 과장돼 있는 면이 많으며 결론을 갖고 서론을 주장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박 선임 연구원은 “붙여놓으면 융합하겠지라는 순진한(naive) 생각이 대부분인데 사실 딱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서울대 화학과 학부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영국 서섹스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융합이 전도유망하다는 주변의 조언 때문에 이 길을 밟았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신통치 않다”며 “진정한 융합형 지식은 한곳에서 뿌리가 깊은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학제 간은 물론 기술과 경영, 기술과 인문사회과학 등 ‘융합 성선설(性善說)’을 정면 비판한 셈이다.

그는 융합은 문제지향적 해결 방안으로 유용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린에너지, 나노바이오 등 막연한 주제 아래 하드웨어식 묶음으로는 융합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섞일 수 없는 극성(polarity)을 가진 학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으므로 이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연구원은 “융합연구 결과를 SCI 저널 등의 어떤 학제 분야에 투고할 것인지도 문제이며 기존 학제에 속한 리뷰어(reviewer)들의 부정적 평가도 장벽”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