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밴(VAN)사가 밴 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담합해 내렸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최근 밴 대리점주 70여명이 카드사 및 밴사 17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카드사와 밴사가 수수료 인하를 위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함으로써 자유로운 가격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경쟁 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로 인해 밴 대리점들이 손해를 입은 만큼 3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 결제대행 업무를 하는 사업자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전표 수거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해주기도 한다. 현재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수수료가 건당 150원 안팎인데 70%는 결제대행, 나머지 30%는 전표 수거 수수료다. 밴사는 전표 수거 업무를 밴 대리점에 다시 위탁하기도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 등 7개 카드사는 2005년 담합을 통해 밴사에 주는 전표 수거 수수료를 건당 80원에서 50원으로 내렸다. 또 10개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밴 대리점에 재위탁하면서 주는 수수료를 건당 50원 이내에서 지급하기로 담합했다.

이와 관련, 한 카드사 사장은 “밴사나 밴 대리점이 전표 수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위탁 자체를 주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