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이 삼성에버랜드 지분(4.52%) 매각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삼성카드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한 여파다.

장학재단은 13일 서울 본사에서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일단 이번주 예정됐던 매각공고는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한국장학재단은 2006년 삼성이 기부한 에버랜드 지분 4.52%(10만6419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이 지분의 매각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에 티저 메모랜덤(매물 설명서)을 발송했다. 하지만 삼성카드가 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대신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장학재단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삼성카드의 행보를 지켜본 후 매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섣불리 에버랜드 지분을 팔았다가 삼성카드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장학재단이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악수를 둔 셈이 됐다. 장학재단은 당초 25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삼성카드가 장부가보다 15% 낮은 주당 182만원에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장학재단도 가격을 대폭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카드 매각가에 지분을 팔 경우 당초 예상가인 2660억원보다 724억원 적은 1936억원에 그치게 된다. 이마저도 매각을 장담할 수 없다. KCC의 경우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 강화를 노려볼 수 있지만 장학재단은 투자자에게 뾰족한 메리트나 회수 방안을 제시하기 힘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