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한 산업체 피해 규모 산정을 놓고 한국전력과 관련 업체 간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 6일 울산 용연변전소의 설비고장으로 인해 빚어진 정전사태로 SK에너지 울산공장의 피해액이 최대 70억원에 이르는 등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에서 가장 피해가 큰 기업체 5곳에서 총 19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동서석유화학 등 17개 업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전문업체인 한주가 100억원, 효성 용연 1, 2공장은 27억원, KP케미컬과 에어프로덕트코리아 각 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각 기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피해 규모를 잠정 추산했다”고 말했다. 이들 5개 업체 외에는 피해가 있더라도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피해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번 정전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전이 파악한 피해 규모와는 최대 5배가 차이난다”며 반발했다.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정전으로 굳어져버린 화학 제품을 전부 제거한 후 정상 제품이 나올 때까지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 산정도 최소 2~3주 이상 걸려야 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1주일만에 나온 피해산정은 타당성이 없다는 게 기업 측 반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전당시 설비 내에 있던 원료손실과 설비 점검에 투입된 인력, 재가동 비용, 매출손실 등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한전이 직접 손실만을 갖고 피해액을 산정한 것은 사태를 조기 수습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도 이번 정전사고로 모두 62개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된 만큼 피해 규모 산정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피해액을 산정할 때 기업체마다 매출, 매출이익 등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일단 전체 피해는 200억원 규모이고 5개 기업 외에 다른 기업은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