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시간의 법칙' 을 기억하라
부산에서 구강용품업체 ‘비스’를 운영하는 김성수 대표(39)는 6년 전만 해도 신용불량자였다. 20대 후반이던 2000년 컴퓨터 관련 회사를 창업했지만 2년 만에 망해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한 것.

그럼에도 김 대표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나는 뼛속까지 사업 체질”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구강용품을 새 아이템으로 잡은 그는 관련 기업에 들어가 5년간 일을 배우고 나와 다시 회사를 차렸다. 사업 자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지원 제도를 활용했다. 김 대표의 사업구상과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한 중진공 지원에 힘입어 지금의 비스를 일궈냈다. 올해 매출은 3억원 남짓이지만 내년 목표는 1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는 “첫 사업 실패가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며 “이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기업가 정신 실종

요즘은 김 대표 같은 젊은이들을 찾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 중진공에 따르면 1999년 58%에 달했던 20~30대 청년 벤처 기업인 비중은 2000년대 후반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창업 2세들의 경영 승계 기피 현상까지 더해져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비단 젊은층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창업과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기업가정신 지수는 2000년 53점에서 2007년 18점으로 급락했다. 창업 중소기업 수도 2000년 48만2000개에서 2008년 38만5000개로 20%가량 감소했다. 청년층에서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창의와 열정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1만시간의 법칙’을 믿어라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북돋우려면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작은 성공 스토리들을 체화시켜 나갈 수 있는 경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대창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환경이나 시스템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며 “일단 시작하면 나름의 가속을 붙여 해나갈 수도 있는 일을 지레짐작으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청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전정신이 없다고 질책만 할 것이 아니라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 전반의 내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콤 글래드웰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제시한 ‘1만시간의 법칙’도 개개인들에겐 유용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글래드웰 교수는 자기계발서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모차르트와 비틀스 등의 스토리를 사례로 들며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열정과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무슨 일이든 1만시간(하루 3시간씩 10년간)을 투입하면 달인의 경지에 접어들 수 있다”며 끊임없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개척자 정신과 행동을 견지한 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차르트가 세상에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비틀스는 약 1200회에 이르는 콘서트를 경험한 후에야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