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못 지으면 모두 영일만으로 右向右"…열정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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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타계 - 산업화 신화가 된 '태준이즘'
"살아있는 경영학 교재"…이병철 회장 'TJ 상찬'
쉽게 포기하는 젊은층에 기업가 정신 재무장 요구
< '右向右' : 동해에 빠져죽겠다는 각오 >
"살아있는 경영학 교재"…이병철 회장 'TJ 상찬'
쉽게 포기하는 젊은층에 기업가 정신 재무장 요구
< '右向右' : 동해에 빠져죽겠다는 각오 >
‘한국 철강산업의 아버지’로 불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생전에 한국경제신문과 수차례 인터뷰를 갖고 기업가 정신과 국내 산업의 나아갈 방향, 인재 육성 등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피력했다.
기자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올봄이었다. 지난 3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청암상 시상식 후 얘기를 나눴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다”며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고인이 시상식 환영사에서 언급한 ‘일류국가론’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평화적인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짊어지고 선진화를 넘어 마침내 일류 국가에 도달해야 한다”며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혁신,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시민정신 등이 소중한 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12월에는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 참석, 포스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명예회장은 “삼성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은 저를 ‘살아있는 경영학 교재’라고 불러 주셨다”며 “물론 과찬이요 덕담이었지만 이번에 명예 경영학 박사라는 호칭을 받으면서 그분의 말씀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늘의 영예가 포스코에서 이룩한 저의 공적에 대한 상찬을 담고 있다면, 이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목표를 향해 불철주야 피땀 흘린 포스코인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의 기법에서 영원한 정답은 없다”며 “다만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의 창의력을 신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8년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장에서 “포항제철 사장 시절을 되돌아볼 때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명예회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포항 영일만에 첫삽을 뜰 때의 감회를 묻자 답변이 길어졌다. “특명을 받은 내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 당시의 내 사진을 보면 즐거운 표정이 하나도 없어요. 뭘 하더라도 고통뿐이었습니다.”
2007년 3월엔 서울 남산순환도로에서 본지 기자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했다. 2008년 말 닥친 금융위기를 예측이라도 하듯,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위태위태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우리 경제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경제 현장에서 땀흘리느라 정치에 신경쓸 틈이 없었던 산업화 세대와 달리 386 세대들은 말만 많은 것 같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산업화 세대인) 우리는 공장을 세우고 현장에서 땀흘리느라 정치에는 신경쓸 시간이 없이 젊은 시절을 보냈다”며 “386 세대들은 산업화를 이끌었던 기성 세대를 좀 더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인이 인터뷰 말미에 본지에 남긴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포스코 출입기자라고 했나. 포스코가 잘못한 게 있으면 채찍질을 해줘야 해. 잘못한 게 있으면 (언론이) 과감하게 지적해야 포스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야.
”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자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올봄이었다. 지난 3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청암상 시상식 후 얘기를 나눴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다”며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고인이 시상식 환영사에서 언급한 ‘일류국가론’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평화적인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짊어지고 선진화를 넘어 마침내 일류 국가에 도달해야 한다”며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혁신,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시민정신 등이 소중한 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12월에는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 참석, 포스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명예회장은 “삼성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은 저를 ‘살아있는 경영학 교재’라고 불러 주셨다”며 “물론 과찬이요 덕담이었지만 이번에 명예 경영학 박사라는 호칭을 받으면서 그분의 말씀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늘의 영예가 포스코에서 이룩한 저의 공적에 대한 상찬을 담고 있다면, 이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목표를 향해 불철주야 피땀 흘린 포스코인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의 기법에서 영원한 정답은 없다”며 “다만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의 창의력을 신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8년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장에서 “포항제철 사장 시절을 되돌아볼 때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명예회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포항 영일만에 첫삽을 뜰 때의 감회를 묻자 답변이 길어졌다. “특명을 받은 내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 당시의 내 사진을 보면 즐거운 표정이 하나도 없어요. 뭘 하더라도 고통뿐이었습니다.”
2007년 3월엔 서울 남산순환도로에서 본지 기자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했다. 2008년 말 닥친 금융위기를 예측이라도 하듯,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위태위태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우리 경제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경제 현장에서 땀흘리느라 정치에 신경쓸 틈이 없었던 산업화 세대와 달리 386 세대들은 말만 많은 것 같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산업화 세대인) 우리는 공장을 세우고 현장에서 땀흘리느라 정치에는 신경쓸 시간이 없이 젊은 시절을 보냈다”며 “386 세대들은 산업화를 이끌었던 기성 세대를 좀 더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인이 인터뷰 말미에 본지에 남긴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포스코 출입기자라고 했나. 포스코가 잘못한 게 있으면 채찍질을 해줘야 해. 잘못한 게 있으면 (언론이) 과감하게 지적해야 포스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야.
”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