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여겨져 온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힉스 입자에 대해 연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13일 “힉스 입자의 존재를 시사하는 근거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실험실 운영책임자인 이탈리아 물리학자 파비올라 지아노티는 저에너지 범주인 126 GeV(기가전자볼트) 영역에 힉스 입자의 흔적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힉스 입자와 같은 입자가 이 영역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며, 더 많은 연구와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몇 개월은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물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세상이 기본입자(소립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와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 4개(광자, 글르온 등),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 1개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표준모형이라 부른다. 힉스는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 설명되는데, 이는 힉스가 없으면 물질들이 어떻게 질량을 가졌는지 알 수 없어서다. 나머지 입자가 모두 발견됐지만 힉스는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4년 존재를 주창한 후 50년 가까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힉스가 빅뱅(우주 대폭발)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CERN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양쪽 방향에서 1000억개의 양성자 덩어리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충돌시켜 힉스의 흔적을 뒤졌다. 이 실험에는 세계 80개국 8000여명의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