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이 일본 도쿄증권시장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돈 채 장을 마쳐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도쿄증권시장에서 넥슨은 1270엔으로 장을 마감해 공모가 1300엔을 소폭 밑돌았다. 넥슨은 이날 시초가 1307엔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장 중 1222엔까지 떨어지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상장 첫날 일본 시장 반응은 다소 밋밋했던 셈이다.

이날 넥슨 거래대금은 총 363억9900만엔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2위인 올림푸스와는 93억원엔 가량 차이가 난다. 넥슨은 일본 도쿄증권시장 중에서도 우량 기업들이 주로 상장하는 1부시장에 데뷔했다.

일본 현지 증시 전문가들도 높은 공모가 등을 들어 사업 모델은 양호하나 투자 매력은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기쿠치 마코토 묘죠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이사는 "1부시장에서는 지명도가 낮아 공모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경우 이외에는 신규 상장 종목 주가가 대략 공모가 근처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넥슨의 주가수익비율(PER)는 20배 수준으로 유사기업인 그리나 디엔에이에 비해 가격 매력이 높지 않다"며 "넥슨의 주가가 1000엔 근처로 떨어진다면 투자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그리의 PER은 17.1배, 디엔에이는 8.9배 가량이다.

한국에서 해킹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우다가와 카츠미 이치요시증권 투자정보부 과장은 "넥슨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북미 등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적"이라면서도 "상장 전 한국 자회사가 관리, 운영하고 있는 서버에서 해킹사건이 일어나 이용자들의 정보가 누출된 점은 악재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그리나 디엔에이의 주가가 부진한데 이 종목들을 팔고 넥슨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넥슨은 시가 총액은 5402억4400만엔으로 도쿄증권시장 104위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을 1480원으로 가정할 경우 약 7조9956억원이다. 유가증권상장사 중에서는 시총 30위인 LG생활건강(7조9652억원)과 덩치가 비슷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