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 첫날 국내 게임주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게임하이, JCE 등 넥슨 관련주는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증시전문가들은 넥슨의 일본 상장에 대한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며 국내 게임주들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재평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넥슨의 주가 움직임이 클 경우에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넥슨은 14일 일본 도쿄증권시장에서 공모가(1300엔)보다 높은 1307엔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주가는 오전 한때 1279엔까지 빠졌다가 0.8% 하락한 1270엔에 장을 마쳤다.

오후 들어서는 소폭 반등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국 공모가를 밑돌며 상장 첫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5440억엔(약 8조원) 수준으로 올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유지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날 넥슨 주가의 급등은 없었다"며 "다만 보호예수물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기 차익 매물을 상당 부분 소화하면서도 보합권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박재석 삼성증권 이사는 "넥슨의 일본 상장이 국내 게임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며 " 넥슨의 밸류에이션은 일본 시장 프리미엄으로 국내 게임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향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서는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넥슨의 상장 자체보다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상장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넥슨이 이제 뭔가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며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이나 길드워2 등 신작으로 모멘텀을 이어가듯이 넥슨도 던전앤파이터 이후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전체 게임 매출 비중은 80%가량을 차지하는 캐쥬얼 게임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이사는 "소비 주기가 짧은 캐주얼 게임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80% 수준으로 높은 상태에서 소비 주기가 긴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향후 주가 흐름은 장밋빛 희망사항과 실제 펀더멘탈(내재가치) 변화를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주중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소셜네트워크게임(SNG) 기업인 징가 역시 당장 국내 게임주 주가의 기폭제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박 이사는 "징가 역시 넥슨과 마찬가지라 상장 자체 만으로는 큰 영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게임빌이나 컴투스 등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선반영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풀이했다.

다만 징가 상장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효하다. 김 위원은 "징가는 성장성 부분에서 넥슨보다 후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밸류에이션에 따라 글로벌 게임업체에 대한 평가잣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