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세계 3위 온라인게임사로…넥슨재팬, 도쿄증시 상장
14일 도쿄 주오구(中央區)에 있는 도쿄증권거래소.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거래소 중앙홀에 마련된 종 앞으로 다가섰다. 넥슨과 도쿄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곧이어 다섯 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한국 기업의 첫 도쿄증시 입성 순간이다.

넥슨의 일본법인 넥슨재팬이 이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돼 첫 거래를 시작했다. 그동안 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된 일본 ‘자스닥’이나 ‘마더스’ 시장에 한국 기업이 상장된 적은 있었지만 1부 시장 진입은 넥슨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최승우 넥슨재팬 사장은 “이번 상장이 전 세계 온라인 게임업체 1위로 도약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사이토 아쓰시 도쿄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앞으로 한·일 양국 자본시장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게임왕국 넥슨, 일본 상륙

일본 증시는 하루종일 넥슨의 주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올해 신규 상장된 기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데다 첫 한국 기업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첫날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았다. 시초가(첫 거래가격)는 주당 1307엔으로 공모가격(1300엔)을 웃돌았지만 도쿄증시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를 이겨내진 못했다. 종가는 공모가보다 2.3% 떨어진 1270엔. 넥슨이 발행한 주식 총수는 4억2538만주이며 시가총액은 약 5500억엔(8조2000억원)으로 마감됐다.

첫 승부에서는 약간 뒤로 물러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대가 높다. 우다가와 가쓰미(宇田川克己) 이치요시증권 투자정보부장은 “공모가를 밑돌긴 했지만 차분한 수준”이라며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구매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의 자금 수혈에도 넥슨의 상장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올 들어기업공개 (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3분기(7~9월) 일본 증시에서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된 금액은 110억엔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2분기에 비해서는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최대 규모인 넥슨의 상장이 침체된 일본 IPO 시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넥슨이 이번 상장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1000억엔(1조4000억원)에 달한다.

◆넥슨, 세계 3위 온라인게임사 등극

넥슨은 1996년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의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급성장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9343억원, 영업이익은 4092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탄탄하다. 국내 다른 게임업체와 달리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다.

그 결과 해외 매출이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지역별로는 중국의 매출 비중이 32.7%로 가장 크고 일본(14.3%)과 북미(7.5%) 등의 순이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3억명 이상이 넥슨의 게임을 즐긴다. 최병태 HMC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넥슨은 이번 상장으로 순수 온라인 게임회사 중에서는 블리자드와 징가(상장 예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상장한 넥슨재팬은 모기업인 NXC가 지분의 66.89%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정주 대표와 부인인 유정현 감사가 NXC 지분 59.4%를 갖고 있다. 김 대표와 부인의 지분을 합한 자산가치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