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녹색 병에 담긴 기적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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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따라 고객 취향 맞춰온 소주…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친해져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벌써 12월 중순이다. 이제까지 부임한 9개의 나라 중 겨울이 추운 도시는 베를린과 서울이다. 겨울이 되면 베를린에서는 글뢰바인(Gluehwein)이라는 향신료를 넣어 단맛을 낸 따뜻한 와인을 마시며 몸을 덥힌다. 서울에서는 역시 소주 또는 막걸리가 특효다. 특히 소주는 여러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고 저렴해서 좋다. 나는 소주를 ‘기적의 물’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소주를 마시면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어 좋다. 원래 술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주량이 꽤 늘었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소주를 생산하는 곳이 궁금해 이천에 있는 소주 공장에 견학을 가기도 했다. 전통적인 면모를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장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단, 물을 중요하게 여기며 품질관리에 엄격했고 과거 30년간 소비자 취향에 맞춰 능동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바꾸고 있음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소니코리아 신년사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주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소주를 마시는 사진을 보여주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주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30년 전 소주의 사진을 시작으로 최근의 소주까지 총 10종류의 변천사와 그에 따른 알코올 도수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알코올 도수가 변해야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다양했으나 핵심은 고객의 변화에 맞췄다는 것과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술 하면,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역시나 녹색 병에 담겨 있고, 특히 파전이나 도토리묵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 도기나 양철 주전자에 담아서 발포하는 것을 보며 먹으면 눈과 귀와 입이 즐겁다. 생막걸리는 만든 후 4일이 지난 것이 탄산과 숙성의 조화가 잘 맞아 최고의 맛을 뽐낸다. 막걸리에 대한 이런 짧은 지식으로 인해 오히려 모임의 주제, 장소, 안주의 종류를 선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좋지 않은 버릇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회식을 마칠 즈음에 테이블 위에 녹색 빈 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디지털 카메라에는 전체를 흑백으로 하고 특정 색만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종종 회식 광경을 담아 녹색만 나타나게 해보면 소주와 막걸리 병만 녹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 아주 재미있다.
오늘 저녁도 녹색 병에 담긴 기적의 물과 함께 송년회가 있을 예정이다. 이 글을 읽은 분을 만나게 되면 더 많은 잔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만날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았기를 잠시 소망해본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소주를 생산하는 곳이 궁금해 이천에 있는 소주 공장에 견학을 가기도 했다. 전통적인 면모를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장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단, 물을 중요하게 여기며 품질관리에 엄격했고 과거 30년간 소비자 취향에 맞춰 능동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바꾸고 있음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소니코리아 신년사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주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소주를 마시는 사진을 보여주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주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30년 전 소주의 사진을 시작으로 최근의 소주까지 총 10종류의 변천사와 그에 따른 알코올 도수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알코올 도수가 변해야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다양했으나 핵심은 고객의 변화에 맞췄다는 것과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술 하면,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역시나 녹색 병에 담겨 있고, 특히 파전이나 도토리묵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 도기나 양철 주전자에 담아서 발포하는 것을 보며 먹으면 눈과 귀와 입이 즐겁다. 생막걸리는 만든 후 4일이 지난 것이 탄산과 숙성의 조화가 잘 맞아 최고의 맛을 뽐낸다. 막걸리에 대한 이런 짧은 지식으로 인해 오히려 모임의 주제, 장소, 안주의 종류를 선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좋지 않은 버릇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회식을 마칠 즈음에 테이블 위에 녹색 빈 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디지털 카메라에는 전체를 흑백으로 하고 특정 색만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종종 회식 광경을 담아 녹색만 나타나게 해보면 소주와 막걸리 병만 녹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 아주 재미있다.
오늘 저녁도 녹색 병에 담긴 기적의 물과 함께 송년회가 있을 예정이다. 이 글을 읽은 분을 만나게 되면 더 많은 잔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만날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았기를 잠시 소망해본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