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神)의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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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표준이론’에 따르면 세상의 입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기본입자들인 ‘페르미온(fermion)’이다. 전자 양자 등 12종으로, 각자 떨어져 있으려는 성질을 지녔다. 다른 부류는 서로 뭉쳐 있으려 하는 매개입자 ‘보존(boson)’이다. 원자핵 광자 등 4종류가 있다. 이들 입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질량이 있어야 한다. 1964년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존재를 가정하자고 제안했다. 바로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higgs)다.
이론상으로 힉스는 질량의 근원이자 표준이론의 토대가 된다. 그동안 페르미온 12개와 보존 4개는 모두 발견됐다. 이제 힉스만 남았다. 그 존재만 확인되면 표준이론은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리학자들이 힉스 찾기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47년 동안 여러 정황과 간접적 증거만 나왔을 뿐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힉스가 신의 입자라는 별칭을 얻은 데는 사연이 있다. 1988년 노벨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은 입자에 대한 책을 쓴 다음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로 붙여 출판사로 들고 갔다. 힉스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빗댄 제목이다. 출판사 측은 도저히 그대로 내기가 어려워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바꿔버렸다.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의 역할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작명이다.
이제 힉스 찾기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모양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지난 1년간 지름 8㎞, 둘레 27㎞의 강입자가속기(LHC)에서 빅뱅 직후를 재현하는 실험을 한 결과 힉스가 나타난 흔적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힉스 발견’으로 공식 발표하지는 못했다. 데이터 정확도가 과학적 발견이라 부를 수 있는 99.9999%보다 낮은 98~99.9%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언젠가 힉스를 찾아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발견하지 못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스티븐 호킹은 ‘발견 불가’에 100달러를 걸었다.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발견하지 못해야 “훨씬 더 신나는 일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힉스가 확인되면 표준이론이 완성되면서 입자물리학자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반면 끝내 찾아내지 못하면 표준이론을 뛰어넘는 새 이론들이 속출할 것이다. 아직 우주탄생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론상으로 힉스는 질량의 근원이자 표준이론의 토대가 된다. 그동안 페르미온 12개와 보존 4개는 모두 발견됐다. 이제 힉스만 남았다. 그 존재만 확인되면 표준이론은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리학자들이 힉스 찾기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47년 동안 여러 정황과 간접적 증거만 나왔을 뿐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힉스가 신의 입자라는 별칭을 얻은 데는 사연이 있다. 1988년 노벨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은 입자에 대한 책을 쓴 다음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로 붙여 출판사로 들고 갔다. 힉스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빗댄 제목이다. 출판사 측은 도저히 그대로 내기가 어려워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바꿔버렸다.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의 역할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작명이다.
이제 힉스 찾기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모양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지난 1년간 지름 8㎞, 둘레 27㎞의 강입자가속기(LHC)에서 빅뱅 직후를 재현하는 실험을 한 결과 힉스가 나타난 흔적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힉스 발견’으로 공식 발표하지는 못했다. 데이터 정확도가 과학적 발견이라 부를 수 있는 99.9999%보다 낮은 98~99.9%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언젠가 힉스를 찾아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발견하지 못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스티븐 호킹은 ‘발견 불가’에 100달러를 걸었다.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발견하지 못해야 “훨씬 더 신나는 일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힉스가 확인되면 표준이론이 완성되면서 입자물리학자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반면 끝내 찾아내지 못하면 표준이론을 뛰어넘는 새 이론들이 속출할 것이다. 아직 우주탄생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