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조직개편 마무리…새 사장단 첫 회의
삼성전자가 14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009년 이후 2년 만에 사업영역을 부품과 세트로 이원화했다. 세트 부문은 다시 CE(Consumer Electronics)와 IM(IT·Mobile)으로 나눠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총괄하도록 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시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도 팀을 신설했고 의료기기사업팀과 바이오연구소도 새로 만들었다. TV와 휴대폰에서 거둔 성공방정식을 다른 분야로 확산시키고 미래성장동력 추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이란 평가다.

◆2년 만의 투톱 시스템 부활

삼성전자는 2009년 말까지 투톱 시스템을 유지했다. 부품과 세트로 나눠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이 각각 맡았다. 그러다가 작년 최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원톱 시스템으로 전환해 올해까지 유지했다.

이런 체제를 올해는 되돌렸다. 세트부문인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와 부품부문인 DS(Device Solutions)로 다시 나눴다. DMC는 최 부회장이, DS는 권오현 부회장이 각각 맡는 구조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해외 거래선들과의 관계를 의식해서다. 지금까지는 세트와 부품을 다 취급하는 특성상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애플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애플에 반도체를 대량 공급하면서 휴대폰 사업에선 경쟁하다 보니 애플 입장에선 ‘우리가 지급한 부품구입대금과 개발정보가 휴대폰 역량 강화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회사 관계자는 “DMC와 DS로 나누면서 두 부문간 방화벽을 갖추게 돼, 해외 거래선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인사-조직개편 마무리…새 사장단 첫 회의

◆윤부근·신종균에 힘 실어줬다

사업부 체제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최 부회장이 총괄하는 DMC부문을 CE담당과 IM담당으로 나눴다. CE는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며 윤부근 사장이 총괄하도록 했다. IM은 휴대폰 PC 네트워크 카메라 등으로 신종균 사장이 총괄한다. CE와 IM분야 B2B(기업간 거래) 시장공략을 위해 B2B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삼성 관계자는 “사실상 세트부문을 윤부근, 신종균 두 사장 중심의 투톱 체제로 바꾼 것”이라며 “TV와 휴대폰 세계 1등을 이끈 두 사람에게 다른 사업부도 글로벌 톱으로 키우라는 미션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윤부근 사장이 CE담당을 맡으면서 VD사업부(TV)는 TV·모니터 마케팅 전문가인 김현석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윤 사장이 겸임한다. 신종균 사장이 총괄하는 IM담당은 무선사업부(신 사장 겸임), IT솔루션사업부, 네트워크 사업부, 디지털이미징사업부 등 4개 사업부로 재구성했다.

권오현 부회장이 총괄하는 DS부문은 큰 변화가 없다. 장원기 삼성중국본사 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던 LCD사업부장에 박동건 부사장(LCD제조센터장)을 앉혔다.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의 이동으로 비어있던 생산기술연구소장에는 고영범 부사장을 임명했다.

◆소프트·의료·바이오 전담조직 신설

미래 신성장동력을 이끌 전담팀도 대거 만들었다. 먼저 최지성 부회장 직속으로 소프트웨어센터를 신설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8월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 역량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대거 이곳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책임자는 DMC연구소장인 김기호 부사장이 겸임한다. 또 국내에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제2의 미디어솔루션센터(MSCA)를 설립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전담팀도 신설했다. 의료기기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HME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팀’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 팀을 통해 올해 초 인수한 삼성메디슨과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책임자는 방상원 전무(삼성메디슨 대표)를 내정했다. 또 종합기술원 내 바이오랩을 바이오연구소로 격상시켰다. 의료기기와 함께 차세대 성장산업인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