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박 명예회장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
“허허벌판에서 신화를 만들어낸 분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포스코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말이다. 어려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포스코 창업 멤버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타계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렵게 살고 있는 창업 멤버들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유족 측 대변인인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에 따르면 고인은 “포스코 창업 1세대 중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는 유언을 남겼다.

포스코 창업 요원들은 왜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을까. 돈이 없어서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 데다 이들은 퇴직 당시에도 특별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생활비를 제대로 못 대거나 빚까지 진 채 힘겹게 노후를 보내는 이들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의 봉급은 적은 데다 일정하지도 않았다. 5년의 제철소 건설 기간엔 매출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포스코는 창립 5년 만인 1973년에야 고로 1호기를 첫 가동하며 매출 416억원에 순이익 46억원을 냈다.

1968년 4월 박 명예회장을 포함한 창업 요원 39명은 포스코(당시 포항제철)를 창립했다. 포항시 효자동 사택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군화를 신고 다니며 말뚝을 박고 볼트를 조이며 제철소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5명은 힘든 제철소 건설 작업을 포기하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현재 34명만이 포스코 내에서 진정한 창업 멤버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구택 포스코 상임고문(전 포스코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1969년 입사했을 당시 웬만한 기업 초임보다 적은 1만6000원을 월급으로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포스코 창업 1세대들의 봉급은 더 적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창업 멤버들은 지금도 풍족하게 살지 못하고 있다”며 “박 명예회장도 이런 것을 마음의 빚으로 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윤석만 포스코건설 상임고문(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현재 창업 멤버 중 20여명이 생존해 있는 걸로 안다”며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차를 타기는커녕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분이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1973년 입사해 38년간 포스코에 근무했던 권영흥 씨(64·포항 상도동)는 “창업 역군들이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1995년 당시 인사 적체 해소 방침에 따라 대부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박 명예회장도 그 부분을 가장 가슴아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포스코의 한 현직 임원은 “창업 멤버 중 병원비 대기도 벅찬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창민/포항=하인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