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신용도 낮은 회사채 판매 중단
일부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개인들에게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이 해당 상품을 샀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에게 일정 부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증권사들이 CP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판매를 중단하면 건설사 등 일부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전망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앞으로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CP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판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이미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CP에 대해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이자와 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 신청 등 신용위험에 따른 고객 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판매를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며 “회사채의 경우 ‘BBB급’ 이하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팀 의견을 물어 문제 소지가 있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LIG건설 CP를 구입한 개인 2명에게 손실의 60%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성원건설 전환사채(CB)를 팔았다가 배상 판결을 받은 키움증권도 CB와 회사채 영업을 대폭 축소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재판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채권 영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신용등급 ‘A2+’(회사채 기준 ‘A+’ 이상) 이상인 우량 기업이 발행한 CP만 판매하도록 하는 등 업계 전반에 CP와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확산될 경우 CP나 회사채가 아니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법원 판결로 증권사들의 채권 영업이 위축되면 단기적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안상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