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ㆍ정지선 현대家 사촌의 '양궁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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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協 이끈 현대차 父子 이어 현대百도 여자 양궁단 창단
스포츠로 돈독한 우애 과시…"올림픽 전종목 석권하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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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의 ‘통 큰 지원’은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사비를 털어 심박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 각종 첨단 장비를 구입해주는가 하면, 협회와 선수단에 수시로 격려금을 건넸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주기도 했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이어졌다. 1997년까지 13년간 대한양궁협회장으로 활동한 아버지에 이어 2005년 정 부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한 것. 정 부회장은 7년째 협회를 이끌며 양궁 저변확대에 힘을 쏟고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의 ‘양궁 사랑’이 범(汎) 현대가(家)로 옮겨붙었다. 현대차그룹의 ‘사촌기업’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자 양궁단을 창단한 것이다. 범 현대가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현대모비스 및 현대제철) 외에 양궁단을 만들기는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39)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정의선 협회장(41)과는 두 살 터울의 사촌 간이다. 비슷한 연배에 성격도 잘 맞아 어렸을 때는 물론 지금도 수시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목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14일 열린 여자 양궁단 창단식에서도 두 사람은 같은 테이블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정지선 회장이 기념사를 마치고 테이블로 돌아올 때는 정의선 협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고, 반대로 정의선 협회장이 축사를 끝낸 뒤에는 정지선 회장이 몸을 일으켜 손을 내밀었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해 형님(정의선 협회장)이 ‘현대백화점에도 양궁단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창단 계기가 됐다”며 “마침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이 없었던 만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6번째 실업 여자양궁단으로 출범한 현대백화점 양궁단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여자 대표팀을 지휘했던 조은신 경희대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인 윤미진 씨를 코치로 각각 영입했다. 김예슬 최미나 임수지 임희선 등 유망주 4명을 선수로 끌어들였다. 연고지는 제주도다.
정의선 협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현대백화점도 합류한 만큼 내년 런던 올림픽에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양궁인들이 똘똘 뭉쳐 ‘올림픽 전종목 석권’이란 위업을 함께 이루자”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