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을 보며 자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선구자들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벤처신화를 만들어 낸 ‘스타트렉 키드’들이 또다른 모험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58·사진)이 민간 우주왕복선 사업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960년대 유명했던 공상 과학드라마 ‘스타트렉’을 보며 꿈을 키운 세대다. 미국 정부가 올해 유인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민간 업체들의 우주선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로운 방식의 우주왕복선 개발

폴 앨런은 1983년 MS를 떠나 올해 스트라토론치시스템스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우주항공 산업의 선구자로 유명한 버트 루턴과 함께 상업용 우주왕복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폴 앨런의 재산은 132억달러로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갑부 57위에 올랐다.

스트라토론치의 우주왕복선은 발사대에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방식이 아닌 이륙한 대형 비행기에서 로켓이 나가는 방식이다. 운반선 역할을 하는 비행기의 날개 길이는 축구장보다 긴 117에 이른다. 무게는 544t이며 보잉747기에 들어가는 엔진 6개를 사용한다. 이륙에 필요한 활주로 길이는 일반 비행기의 두 배인 3.65㎞다. 폴 앨런은 “지금까지 생산된 비행기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왕복선 개발에 얼마가 투입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2500만달러(27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비행기의 모양은 두 개의 동체를 합친 것과 유사하며 왕복선 로켓은 동체 사이에 장착된다. 캡슐 모양의 이 로켓은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어 비행기가 대기권에 진입하면 곧바로 가동돼 궤도에 올라선다. 마이크 그리핀 미 항공우주국(NASA) 전 국장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많은 연료가 필요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라토론치는 2015년 첫 시험비행을 거쳐 이듬해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폴 앨런은 “이 프로젝트가 미국을 우주 사업의 최전선에 서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주로 향하는 ‘스타트렉 키드’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업체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도 우주왕복선 개발에 뛰어들었다. 어린 시절 과학영재 학교에 다니며 ‘천재 과학소년’으로 불리던 그의 꿈은 우주 비행사였다. 베조스는 2000년 우주선 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 3~4명의 비행사가 탑승하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간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에 나갔다 지구로 돌아오는 시험비행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다. NASA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2015년 이후 지구 저궤도(300~1500㎞)를 오가는 상용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유인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함에 따라 민간 우주선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NASA는 지난 7월 아틀란티스호를 끝으로 30년 만에 우주왕복선 사업을 중단했다. NASA는 상업용 우주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5개 민간사업자에 2억6930만달러를 지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