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부진에 실권주로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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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명품건설 7400억 청약
금융감독 깐깐한 증자 심사에 '검증된 기업' 이미지 강해
금융감독 깐깐한 증자 심사에 '검증된 기업' 이미지 강해
상장사 신주를 싼값에 받기 위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일반공모나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때마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상대적으로 검증된 상장사 공모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승화명품건설에 7400억원 몰려
승화명품건설은 지난 12, 13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약 490 대 1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청약 대상 신주는 67만8112주에 불과했지만 청약 주식 수는 3억3246만7290주에 달했다.
이 회사는 약 9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10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들이 먼저 청약에 나서 배정 물량의 83%인 332만여주를 받아갔고 잔여 주식이 일반공모로 넘어왔다. 15억원어치의 이 신주를 잡으려고 74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유상증자의 주관사를 맡은 KTB투자증권의 양두승 부사장은 “유상증자 여파로 주가가 많이 빠져 저평가 매력이 있긴 하지만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 실권주 청약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와 놀랐다”며 “시중에 갈 곳 없는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지방 건설업체 홈센타의 실권주 일반 공모도 성황을 이뤘다. 지난 8, 9일 진행된 홈센타의 일반공모 청약에는 9821억원이 몰렸다. 경쟁률은 1753 대 1에 달했다. 공모가가 1890원으로 현 주가(42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얼마 안 되는 실권주라도 잡아보려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청약에 나선 탓이다. 지난달 말에는 케이디씨의 135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8944억원의 자금이 몰려 6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IPO 공모주 부진 등이 원인
이처럼 중소형 종목의 일반공모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첫 번째는 IPO 공모주 시장의 부진이다. IPO 공모주 수익률이 최근 부진하자 여기에 주로 투자하는 자금이 중소형 상장사 공모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외주식 정보업체 피스탁의 김창욱 대표는 “IPO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사 주식 매매는 잘 하지 않지만 유상증자 공모주는 IPO 공모주처럼 할인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양두승 부사장은 “일반 청약에서 3조6000억원을 끌어 모은 YG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전후로 공모주 시장의 성격이 바뀐 것 같다”며 “IPO 공모주가 무조건 돈을 번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자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금융 당국이 공모에 나서는 상장사에 대해 깐깐한 심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은 빡빡한 심사 탓에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을 꺼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공모 자금조달을 승인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투자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돼 분석능력이 떨어지는 개인들도 청약에 부담 없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승화명품건설에 7400억원 몰려
승화명품건설은 지난 12, 13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약 490 대 1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청약 대상 신주는 67만8112주에 불과했지만 청약 주식 수는 3억3246만7290주에 달했다.
이 회사는 약 9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10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들이 먼저 청약에 나서 배정 물량의 83%인 332만여주를 받아갔고 잔여 주식이 일반공모로 넘어왔다. 15억원어치의 이 신주를 잡으려고 74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유상증자의 주관사를 맡은 KTB투자증권의 양두승 부사장은 “유상증자 여파로 주가가 많이 빠져 저평가 매력이 있긴 하지만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 실권주 청약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와 놀랐다”며 “시중에 갈 곳 없는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지방 건설업체 홈센타의 실권주 일반 공모도 성황을 이뤘다. 지난 8, 9일 진행된 홈센타의 일반공모 청약에는 9821억원이 몰렸다. 경쟁률은 1753 대 1에 달했다. 공모가가 1890원으로 현 주가(42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얼마 안 되는 실권주라도 잡아보려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청약에 나선 탓이다. 지난달 말에는 케이디씨의 135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8944억원의 자금이 몰려 6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IPO 공모주 부진 등이 원인
이처럼 중소형 종목의 일반공모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첫 번째는 IPO 공모주 시장의 부진이다. IPO 공모주 수익률이 최근 부진하자 여기에 주로 투자하는 자금이 중소형 상장사 공모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외주식 정보업체 피스탁의 김창욱 대표는 “IPO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사 주식 매매는 잘 하지 않지만 유상증자 공모주는 IPO 공모주처럼 할인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양두승 부사장은 “일반 청약에서 3조6000억원을 끌어 모은 YG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전후로 공모주 시장의 성격이 바뀐 것 같다”며 “IPO 공모주가 무조건 돈을 번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자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금융 당국이 공모에 나서는 상장사에 대해 깐깐한 심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은 빡빡한 심사 탓에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을 꺼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공모 자금조달을 승인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투자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돼 분석능력이 떨어지는 개인들도 청약에 부담 없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