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준 회장을 기리며…"짧은 인생 조국에" 귀에 쟁쟁한데…
박태준 회장님!

회장님의 강철 같은 강인한 이미지 대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계속 가르침을 주실 줄로 믿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시다니 어인 일이십니까? 새로운 도약을 위한 큰 리더십이 이렇게 절실한 이 때, 사랑하는 나라와 국민을 남겨두고 어찌 그리 말없이 떠나실 수 있습니까? 12월의 맑고 시린 겨울 하늘이 둘로 갈라지는 것 같은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회장님은 언제나 우리 경제인들에겐 신화와 같은 존재이셨습니다. 평소 좌우명인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나라 사랑으로 신화는 시작되었고, 이를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오신 삶으로 그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회장님은 참다운 경제인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포항제철을 건설할 때 “선조의 피와 땀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右向右)하여 영일만에 몸을 던지자!”고 비장하게 외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주 자그마한 부실공사에도 “80% 이상 완성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폭파하라”고 지시하신 일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지금은 포항제철 부설 포항공대이지만 나중에는 포항공대 부설 포항제철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우시며 50년 뒤, 100년 뒤를 바라보시는 회장님의 혜안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우리 경제의 초석을 닦기 위한 회장님의 이런 열정들이 오늘날 무역 1조달러의 경제대국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덩샤오핑도 “박태준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던 회장님, 우리 철강업계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 신일본제철의 이나야마 회장도 극찬했던 회장님, 미국의 철강왕으로 유명한 카네기보다도 두 배가 넘는 조강 생산체제를 창업 당대에 이룩하신 회장님, 그리하여 철강업계의 ‘신화 창조자(miracle-maker)’로 불리셨던 회장님…. 회장님에 대한 수사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회장님의 이런 모습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장님을 전경련 회장단의 일원으로 모셨으며, 회장님께서는 우리 경제와 전경련의 발전을 위한 많은 고언들을 해주셨습니다.

올가을, 회장님께서는 포스코 퇴직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오늘의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피땀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청춘을 바쳤던 그 날들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의 추억이 조국의 현대사 속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씀하시며 눈시울을 적시셨습니다. 매섭고 강인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인간적 따스함을 보면서 우리 경제인들은 회장님을 존경하고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회장님이 떠나신 자리는 남은 우리 후배들이 메워 나가겠습니다. 회장님의 유지이신 제철보국(製鐵報國), 경제보국, 투명경영, 인간존중의 이념을 이어 받아, 우리 경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도록 저희들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렵고 무거웠던 짐들을 이제는 훌훌 벗어버리시고, 살아계실 때 이루신 그 많은 업적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기시고 이제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허창수 < 전국경제인연합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