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0만명 넘게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잠재적인 실업자들이 대거 편입돼 있는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년 고용률·실업률 모두 증가

무늬만 '고용대박'…청년실업 더 심각
15~29세 청년 실업률은 6.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청년 실업률은 전월(6.7%)에 비해서도 소폭 올라 지난 9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고용률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청년층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군인이나 학생 구직포기자 등을 모두 포함해 산출한 청년 고용률은 40.2%로 전년 동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청년 실업률과 고용률이 함께 오른 것은 청년 인구 자체가 취업자 수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는 전년 동월보다 12만7000명 줄었고 취업자는 3만6000명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이 뛴 것은 ‘분모’에 해당하는 청년 인구가 더 많이 줄어 나타난 ‘착시 현상’이다.

같은 청년층이라도 20~24세 대학 재학 연령층 실업률이 더 높았다. 20~24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8.6%로 작년 11월에 비해 1.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5~29세 연령층은 5.8%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40~50대 취업자는 늘어

중장년층 취업이 늘면서 40~50대 실업률은 2%대 아래로 내려갔다. 40대와 50대 실업률은 각각 1.9%와 1.7%로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물가 여파로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주부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용률도 40대는 78.9%, 50대는 72.7%로 작년 11월보다 각각 0.3%포인트, 1.0%포인트 증가했다. 기존 취업자의 연령이 올라가면서 고용률이 과대평가되는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중장년층 취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체 40대 취업자 증가폭 4만2000명 중 2만5000명이 1년 내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둔화로 고용의 질 악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8만5000명(-2.1%) 줄어 4개월째 감소했다. 반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5만4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16만2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10만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건·복지 분야에서만 11만3000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 뛰어드는 가족노동자 등이 많아 전년 동월보다 13만5000명 증가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보건·복지나 영세 자영업 등의 취업자 수가 늘면서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