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넘어간 내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이 법정 기한(지난 2일)을 훌쩍 넘기고도 검토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야 정계개편 등과 맞물려 시일이 더 늦어진다면 내년 시행하기로 예정했던 국책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예산이 아닌 문제와 연계돼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의 예산안 의결이 지연될 경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 교육, 생계지원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청년 창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등에 필요한 내년 예산 편성도 덩달아 늦어져 연초 사업 집행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국가장학금 지원이 표시된 등록금 고지서를 내년 2월 초에 발송하지 못하게 돼 1학기 장학금 지급이 연기될 수 있다. 장애인과 노인 등 근로 무능력 가구 6만명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추가 지정하는 대책도 지연된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12월 중순까지 확정하도록 돼 있는 지자체 예산은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 지자체가 준비하는 사업이 최대 3~6개월 이상 늦어질 수 있다. 지자체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시간이 촉박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처리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는 지난달 21일을 빼고는 한 번도 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복지예산 증액 등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처리될 수 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정부의 세수와 세출 계획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균형재정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