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는 잡스보다 몇배 더 큰 공적 남겼다"
“산업계의 큰 별은 졌지만 국민은 그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IT업계에 끼친 영향보다 더 큰 일을 한 분입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14일 이른 아침부터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국가의 공적이 대단히 크신 분이 떠나 국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각계 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장으로 결정했으니 큰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인이 2000년 국무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함께 일했던 각료 20여명과 분향소를 찾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박 명예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오래 전에는 여러 번 만났었지만 최근에는 뵙지 못했다”며 “우리 경제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안철수 원장은 “포스코 사외이사를 6년 정도 했기 때문에 인연이 많은 기업”이라며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정말 큰 기여를 한 기업의 초석을 닦으신 분의 별세 소식에 큰 슬픔을 느꼈다”고 애도했다. 이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안 원장을 둘러싸고 취재진이 몰리면서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오전 9시께 빈소에 도착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후배들에게 제철보국과 선공후사 정신을 일깨워주신 가르침을 이어받아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 되겠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정 회장은 태국 스테인리스 냉연 업체인 타이녹스 출범 행사차 출국했다가 박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 급거 귀국했다. 정 회장은 하루 종일 유족과 함께 상주석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재계 인사들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스티브 잡스가 IT업계에 끼친 영향보다도 박 명예회장이 산업과 사회에 남긴 공적이 몇 배 더 큰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분의 열정과 피, 땀이 없었다면 포스코와 같은 훌륭한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발전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또 사공일 무역협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이진방 대한해운 회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이현승 SK증권 대표, 이건영 빙그레 대표 등도 빈소를 찾았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박 명예회장이 포항제철 사장이었을 때) 박 명예회장과 헬기를 타고 광양제철소 건설 현장에 가는 길에 고인이 ‘나는 헬기에 엔진 두 개짜리를 싣는다’고 했다”며 “한 개짜리를 타고 가다가 멈추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엔진 한 개를 더 준비했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행정안전부는 고인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다. 공적이 뛰어난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근정훈장 5개 등급 중 최고 등급이다.

이유정/윤정현/김동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