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를 찾아온 한센병 환자들을 봤을 때 처음에는 무서웠죠. 게다가 이발소 손님까지 확 떨어져 고생도 했지만, 이런 분들에게 진짜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9년 전 경남 산청군에 이발소를 차린 김태식 씨(64·사진)는 한센병 환자와 같이 힘없는 사람들의 이발사다. 김씨는 1982년부터 한센병 환자와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료 이발봉사를 해오고 있다.

먹을거리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이발소 일을 마친 뒤 머리를 깎아주다가, 아예 한센병 환자 450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의 이발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이발기구를 따로 쓰는데도 같이 쓴다는 소문이 돌아 이발소 단골들이 끊기면서 한때 고생도 했지만,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봉사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는 5일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김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김씨는 “한센병 환자들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다보니 지금은 가족 같다”며“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 및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는 김씨 외에도 자원봉사유공자와 단체 등 244명이 훈·포장과 표창을 받았다.

24년간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사회복지관, 재활원 등을 찾아가 조리재능 기부를 해온 임영길 씨(67·서울 송파)가 국민포장을, 어머니가 약 한첩 쓰지 못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생계수단인 소형 어선의 보상금 전액(8000만원)을 불우이웃의 치료비로 기부한 김희강 씨(70·제주 구좌)는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귀화인 왕계 씨(48·경북 경주)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중국어를 가르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통역봉사를 해 국무총리 표창을, 양길수 씨(50·세종시)는 정신장애인 재활봉사를 실천해온 공로로 행안부 관 표창을 각각 받았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