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떨어져 수익성 개선…FTA 타고 美·유럽 공략 힘 받을 듯
타이어산업은 계속 성장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차가 팔리는 만큼 타이어 수요는 증가한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타이어가 없이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설령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더라도 타이어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한 타이어는 닳는다. 자동차는 한번 구매하고 나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지나야 신규 구매가 이뤄지지만, 타이어는 2~3년(연 2만㎞ 주행 기준)마다 교체용 수요가 발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톱5’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외 경기침체 속에서도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마케팅을 늦추지 않은 결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제 완성차업체의 후광 효과를 등에 업고 타이어업체들이 글로벌 톱 수준으로 뛰어오를 차례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2018년까지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3년부터 중국 3공장과 인도네시아 신공장을 가동한다. 2015년엔 올해보다 30%가량 많은 연간 1억1000만개의 생산설비를 갖춰 세계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넥센타이어도 내년 3월 창녕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생산설비를 점차 늘려 2018년에는 지금의 두 배인 연간 6000만개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한 단계 성장했다. 올해는 원재료인 천연고무와 부타디엔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타이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천연고무 가격이 가장 높았던 지난 2분기 원재료비 부담을 내부적인 비용 절감으로 흡수하면서 영업이익의 감소 폭을 줄였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6.5%와 8.2%로 1분기에 비해 각각 6.8%포인트와 3.2%포인트 하락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3분기 영업이익률을 각각 7.7%와 9.1%로 끌어올렸다.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타이어 업체들의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상반기 t당 평균 4900달러였던 천연고무 가격은 요즘 3200달러로 35%가량 떨어졌다. 부타디엔 가격은 7월 초 t당 450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2000달러 내외에서 안정돼 있다.

선진국 경기침체는 소비가 위축된다는 점에서는 악재지만, 생산원가 중 원자재 비중이 높은 타이어 업체로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지난 2년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한 제품 가격 인상으로 평균 판매단가가 높아졌고, 생산설비 확충으로 생산단위당 고정비가 떨어졌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타이어의 재고 투입 시차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천연고무가 3~4개월, 부타디엔이 1~2개월이다. 적어도 내년 3~4월까지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천연고무 주(主)생산지인 태국에서 홍수가 일어났지만, 고무농장의 대부분은 홍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남부지역에 있어 고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예상치 못한 수요 감소나 원자재값 급등이 일어나지 않는 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내년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글로벌 톱 수준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흔히 FTA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자동차부품을 꼽지만, 타이어의 관세 절감 효과는 자동차 부품 이상이다.

부품업체는 모듈이나 완성차에 조립된 형태로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를 완성차 회사와 공유한다. 이에 비해 타이어 업체는 신차용 타이어만 완성차에 조립된 형태로 수출할 뿐, 교체용 타이어는 직접 수출해 관세 철폐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세계 타이어 시장은 미국과 유럽으로 양분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마저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타이어 시장의 규모는 미국과 유럽이 더 크다. 자동차 판매 대수는 중국이 많지만 타이어 수요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운행대수(UIO)는 아직 미국과 유럽이 앞서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 업체는 양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FTA를 발판삼아 해외 경쟁회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다. 현재 2.5~4.5%인 유럽 타이어 관세는 2014년 7월부터 완전 철폐되고 현재 4%인 미국 타이어 관세는 2017년 1월 완전 철폐된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약진은 타이어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하이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중국 토종업체들은 2015년까지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을 계획 중이다.

이 과정에서 타이어와 핵심 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의 타이어와 부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eric.choi@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