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CM전략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올해 고객을 감동시킨 방송광고들은 대체로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가 많았다. 금융사 광고가 웃음을 주는 쇼 형식을 빌려왔다. 톱스타뿐 아니라 톱스타를 키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기업 광고도 야심을 가진 비전 대신 낮은 자세로 소외받는 소시민의 곁으로 다가서는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영상으로 승부한 광고들도 많았다. 주요 부문별 호감도가 가장 높은 방송광고를 집행한 기업들은 삼성생명보험(생명보험) KB투자증권(증권) 하이트진로(주류) SK텔레콤(정보통신) KB국민카드(카드) 신한금융그룹(기업PR) 롯데칠성음료(음료) 등으로 나타났다.

○KB국민 와이즈카드

아기자기한 비주얼과 풍부한 재미를 앞세운 광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버라이어티 방송의 포맷과 외국 동요를 새롭게 믹싱한 노래를 활용해 금융권 광고들이 지닌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났다. 지난해에 이어 광고모델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이승기를 내세운 영향이 컸다. 좋아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모델에 신뢰가 간다’(13.5%)가 가장 높았고 ‘활기찬 느낌이다’(9.2%)가 뒤를 이었다. 선호도는 40~50대가 높은 금융권 광고들과 달리 20대~30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

아름다운 영상으로 한 편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감성적인 분위기로 ‘금융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이타적인 기업이념을 펼쳐냈다. 좋아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표현에 공감이 간다’(13.0%)와 ‘배경 장소가 좋다’(12.9%), ‘이해하기 쉽다’(9.4%)는 순으로 나타났다. 선호 연령층은 20대에서 50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성별로는 남성층(65%)이 여성층(35%)에 비해 높았다.

○SK텔레콤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욱 노력하는 모습으로 희망을 전달한다. 초기에는 각자 가진 가능성을 발견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최근에는 ‘모두가 동등한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도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반인과 공평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한걸음 다가섰다. 이를 감성적으로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3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성사이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소지도의 풍경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요즘 광고들과 다르다. 선호하는 이유는 배경장소 요인이 컸다. 매편 멋진 풍경을 보여준 것이 위력을 발휘했다. 모델의 영향력도 커졌다. 이전에는 자연을 중심으로 무명 모델이 잠깐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엄태웅을 내세웠다. 그는 요즘 국내 여행 중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1박2일’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이는 자연의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칠성사이다와 잘 맞아떨어졌다. 10대와 20대보다 30대와 40대의 선호도가 높았다.

○KB투자증권

한국의 대표 엔터테인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를 모델로 내세웠다. 증권사 광고로는 이채롭다. 이수만 씨는 지난 6월 유럽에서 처음 K팝을 공연한 한류의 선봉장이다. 가능성에 투자해 가치를 창출한 그야말로 진정한 투자자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이 광고는 10대와 20대보다 30대와 40대, 나아가 50대에게 높은 반응을 확보했다. 특히 40대 여성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이유는 독창적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해하기 쉽고, 모델이 매력적이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하이트진로-드라이피니시D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서핑을 즐기는 원빈을 보노라면 드라이피니시D의 시원함이 절로 느껴진다. ‘서핑’편은 지난 5월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확보했다. 여성층보다 남성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20대 남성층과 40대 남성층에서 선호도가 특히 높아 타깃 접근에도 성공했다. 좋아하는 이유로 ‘활기찬 느낌이다’ ‘모델과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배경장소가 좋다’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톱스타 원빈의 멋진 모습과 함께 ‘서핑’을 맥주의 시원함과 접목시켜 광고효과를 높였다.

○삼성생명보험

한적한 교외로 캠핑을 나온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가족간의 사랑을 환기시킨다. ‘사랑하니까’ 카피를 반복적으로 들려줘 전달력을 높였다. 일반인과 함께 마지막에는 박태환이 출연해 선호도를 끌어올렸다. 다른 금융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보험사 광고 중 이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이끌어냈다. 여성층보다 남성층에서 효과가 높았다.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층에 어필했다. 이유로는 ‘이해하기 쉽다’ ‘모델이 매력적이다’ ‘모델과 제품이 서로 잘 어울린다’ ‘광고가 진실되게 느껴진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좋아하는 TV광고? 수도권 2400명 설문어떻게 조사했나

한국CM전략연구소(www.cmvalue.co.kr)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2400명의 소비자패널을 대상으로 전체 TV광고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했다. 소비자 패널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0세에서 59세 남녀로 구성됐다.

조사방법은 우선 소비자가 최근 본 광고 중에서 ‘좋아하는 광고’를 떠올려 광고의 내용을 직접 생각나는 대로 설문지에 적고, 광고브랜드 또는 기업을 적도록 했다. 조사자 측에서 내민 광고물들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은 광고를 자발적으로 상기해 기술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호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변수들의 값을 반영해 최종 결과를 산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