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드라이피니시d’는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였다. 하이트진로 중앙연구소가 덴마크 댄브루사의 컨설팅을 받아 개발한 ‘드라이피니시 공법’으로 만든 드라이 타입 맥주다.

이 공법은 드라이 효모로 맥즙 내의 당분을 깨끗이 발효시켜 목 넘김을 하는 순간에 맥주의 잔맛이 남지 않도록 잡미를 제거하는 발효기술로 알려졌다. 모두 49회의 시도 끝에 드라이 타입 맥주를 위한 효모를 찾아냈다. 효모 외에도 150년 전통의 맥아 전문회사인 JWM에서 공급받은 호주 최상급 맥아와 북미 최대 호프 제조사인 캐스캐이드사(CASCADE)의 최상급 아로마 호프를 사용, 강한 첫 맛과 함께 맥주 본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브랜드명 ‘d’에는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가 있다. 1등 하이트진로의 경쟁 상대는 하이트(de-hite)이며 하이트가 요구하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맥주(demand)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하이트진로 만의 드라이 공법인 ‘드라이피니시(DryFinish)’, 원료가 되는 ‘드라이 효모(Dry Yeast)’, ‘까다로운 원재료 선정(delicate ingredient)’, 그리고 품질 및 디자인 등 ‘다양한 변화(detail)’를 표현한다. 또 ‘기존 관습과 단절된 맛과 디자인(disruption)’, 하이트진로가 찾아낸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포인트(d-point)’,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침표(dot)’ 등의 의미도 함축돼 있다.

드라이피니시d는 출시하자마자 44일 만에 1000만병이 팔리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맥주 신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판매속도다. 이는 640㎖ 대병과 1000㎖ 및 1600㎖ 페트 등 대용량 제품 없이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보면 놀라운 수치다.

이런 인기는 개발기간만 5년이 걸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 제품 탄생 과정과 맥주의 맛을 새롭게 정의 내린 마케팅 활동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마케팅이나 트레일러, 카페의 테라스 등에서 여유롭게 시음할 수 있도록 진행한 디플 트레일러, 디 테라스 등 이색 시음행사가 까다로운 신세대 소비자들을 설득했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이 70년 넘게 고수해오던 병 디자인을 수입맥주들 사이에서 돋보이도록 새롭게 한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이트진로 는 드라이피니시d의 마케팅 전략에서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경쟁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을 고려하고 있는 것. 기존 맥주와 차별화를 통해 맥주 본연의 맛을 주제로 호기심과 음용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