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한국타이어, 거침없는 질주…'글로벌 빅5'에 모두 공급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의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2400만개로 한국타이어 전체 생산량의 27%를 차지한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지만 정작 공장에서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자동화된 대형 기계가 분주하게 돌아간다. 라인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직원들의 역할은 기계의 오작동을 관리하고, 품질을 점검하는 정도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초고성능(UHP) 타이어의 글로벌 수요를 맞추기 위해 1997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친 증설과 확장을 통해 총 1조원 이상 투자했다”며 “1979년 설립된 대전공장에서도 연간 240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위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국타이어는 국내 공장 확장 및 공격적인 해외 신공장 설립을 통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글로벌 5위 달성’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공장과 중국 자싱·짱수성공장, 헝가리공장 등 국내외 5개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13년 첫 생산을 목표로 중국 충칭과 인도네시아 베카시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들 공장이 완공될 경우 현재 9000만개의 생산 능력이 1억1000만개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2014년까지 글로벌 순위 5위와 생산규모 1억개 이상,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10억 달러 달성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 세계 타이어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유력 타이어 전문지인 ‘모던 타이어 딜러’의 2011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전 세계 10위권의 주요 타이어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신장세를 보이며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국내와 함께 중국, 유럽, 미주 등 4개 지역본부와 총 29개의 해외법인 및 지점에 걸쳐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18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이집트와 인도 등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적극적인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CIS(옛 소련지역) 및 중남미 지역에서의 매출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의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들로부터 잇따른 ‘러브콜’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독일의 BMW에 OE타이어(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시작했다. 이미 독일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DTM’을 통해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BMW 등의 프리미엄 모델에까지 장착되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9월에는 일본의 도요타에 공급을 시작함으로써 글로벌 빅5 자동차 브랜드(GM,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 현대차그룹)에 모두 타이어를 공급하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1991년 폭스바겐 멕시코 공장에 첫 해외 OE 공급을 시작하고 2003년 미국 포드사와의 OE 공급 체결을 통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는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아우디, BMW, 폭스바겐, 포드,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닛산 등에 OE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들로부터 타이어 공급 제안을 받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성사되면 앞으로 한국타이어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타이어를 만든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 이후 7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타이어 한우물만 파왔다. 1970년대 영등포 실험실에서 35명의 인력으로 출발한 연구·개발(R&D) 역사는 1982년 대전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현재 중국과 독일, 일본, 미국 등 국내외에 5개의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연간 총 매출액의 5%, 전체 직원의 6%(지난해 기준 국내 639명, 해외 200명, 박사급 연구원 27명)를 R&D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 세계 5개의 연구소에서 각 지역별 기후 및 도로 특성에 맞는 타이어 연구를 통해 국가별로 최적화된 타이어를 개발해왔다. 이를 통해 세계 유수의 잡지 테스트와 세계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인정받은 초고성능 타이어 등의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했다. 친환경, 차세대 타이어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을 앞서기 위한 선도적인 고유기술 개발을 위해 2013년까지 국내 최대의 타이어 연구소를 대덕 특구 죽동지구에 설립·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

지난 70년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타이어의 동력에는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 ‘캐주얼 프라이데이’, ‘정시 퇴근 캠페인’ 등의 기업 문화 캠페인을 통해 일과 개인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굿 워크 플레이이스(GWP)’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월 1회 팀장급 이상의 간부 사원들의 출근이 금지되는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날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어떤 보고나 결과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직원들 스스로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자기계발 을 통한 가치 창출의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 문화 캠페인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각 개인의 자율과 창의, 구성원 간 소통의 시너지를 강화해 사람 중심의 차별화된 초일류 기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