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가니 흥행' 엄용훈 대표 "제작비 마련하느라 월세방으로 나앉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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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 친구들 집에 불러 놀았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동안 고생시켜 미안'
한국을 영화 도가니 열풍속에 빠뜨린 제작사 삼거리 픽쳐스 엄용훈 대표와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최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제작비 충당하려고 월세집으로 이사간 후 딸 친구가 놀러와 "너네집 이제 거지된거야?"란 말에 2시간 동안 울었던 딸이다.
'도가니'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5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올 박스오피스 7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신드롬이라 할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 이 작품으로 인해 2000년부터 5년간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로 얼룩진 장애인 학교의 은폐된 진실이 사회적 충격을 줬다. 또한 정치권에도 장애인 인권 침해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도가니'를 제작한 엄용훈 대표는 내노라하는 대기업 출신으로 안정된 수입을 마다하고 2008년 독립해 삼거리 픽쳐스를 설립했다. 소설 '도가니' 판권을 사들이고 영화제작에 돌입했지만 기획개발비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엄 대표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월세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단칸방에서 다섯식구가 지냈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며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마음이 아팠지만 아내는 묵묵히 그의 말을 따라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투명성
각종 흥행작을 발굴한 굴지의 회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제작총괄 본부장을 지낸 그는 회사 경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직과 투명성을 꼽았다.
약속을 잘 지키고 투자받은 돈을 펑펑 쓰지않으며 투명하게 관리해 온것을 자신의 가장 큰 재산으로 삼고 있다.
평소 '좋은 습관을 갖자'가 생활수칙인 엄 대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택시나 자가용도 이용을 안한다.
'도가니'로 일명 대박이 나긴 했지만 영화 성공후 변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는 그는 사무실도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했다.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 근처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것.
소위 말하는 '폼잡는' 사장으로 강남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 교통 근접성이 좋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강북지역이 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전에도 영화흥행으로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을 봐왔지만 오래 못가더라구요. 전 또 힘들어질때를 대비하기 위해 허리를 더 졸라맸습니다. 난방도 잘 안되고 곰팡이가 피어있던 월세집을 떠나 대출을 받긴 했지만 이전에 살던 집으로 다시 들어간 것이 달라진 유일한 점이죠"
정유미는 한마디로 타고난 배우
'도가니' 영화 제작에 나서자 주이에서는 '안될거다 힘들거다'란 말을 많이들 했다.
엄용훈 대표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주위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공유는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낙점이 돼있던 상태였고 여주인공 캐스팅만이 남은 상황.
고민끝에 최종 선택을 받은 사람은 바로 정유미였다.
극중 환경운동가 서유진 역을 맡은 정유미의 장점은 '지나치게 예쁘지 않으면서 연기력이 뛰어나 상대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캐릭터'라는 점.
정유미는 실제 촬영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감독이 요구하는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줘 신뢰를 얻었다.
엄 대표는 "정유미야말로 한마디로 천상 배우다"라면서 "천성이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기특할 정도다"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촬영장에서 김현수 정인서 백승환 등 아역배우들을 먼저 챙기는 것도 항상 정유미였다.
로케이션 촬영시 제작비 관계상 주연배우들은 호텔에서 조연배우들은 모텔급 숙소가 배정됐는데 정유미는 비교육적 환경에 놓이게 될 아역배우들을 염려해 호텔방에 불러다 놀아주고 잠을 재우기까지 할 정도였다.
차기작이자 창립작인 '러브픽션'
내년 2월 개봉예정인 하정우-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은 엄용훈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로맨틱 코미디작품이다.
'도가니'의 차기작이자 창립작인 이유는 앞서 수년간 준비과정을 거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회사를 차리고 싶은 욕심이 났던 것도 이 작품을 만나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화 '러브픽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싶었다는 엄용훈 대표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도가니'의 후속작품이라는 부담은 전혀 없어요. 전 언제든 초심처럼 열심히 뛸 준비가 돼 있고 도가니 흥행이 앞으로 좋은작품을 더 많이 만들수있는 밑걸음이 됐을뿐 제 전부를 보여드린 건 아니니까요. '러브픽션'도 아마 많은 관객들이 보고 칭찬해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어 "극장에서 상영직전 리드필름을 보고 '이영화 삼거리 픽쳐스가 만들었어? 그럼 보나마나 괜찮겠네'라는 말을 듣게 될 그날이 곧 오겠죠. 하하"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그동안 고생시켜 미안'
한국을 영화 도가니 열풍속에 빠뜨린 제작사 삼거리 픽쳐스 엄용훈 대표와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최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제작비 충당하려고 월세집으로 이사간 후 딸 친구가 놀러와 "너네집 이제 거지된거야?"란 말에 2시간 동안 울었던 딸이다.
'도가니'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5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올 박스오피스 7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신드롬이라 할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 이 작품으로 인해 2000년부터 5년간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로 얼룩진 장애인 학교의 은폐된 진실이 사회적 충격을 줬다. 또한 정치권에도 장애인 인권 침해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도가니'를 제작한 엄용훈 대표는 내노라하는 대기업 출신으로 안정된 수입을 마다하고 2008년 독립해 삼거리 픽쳐스를 설립했다. 소설 '도가니' 판권을 사들이고 영화제작에 돌입했지만 기획개발비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엄 대표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월세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단칸방에서 다섯식구가 지냈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며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마음이 아팠지만 아내는 묵묵히 그의 말을 따라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투명성
각종 흥행작을 발굴한 굴지의 회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제작총괄 본부장을 지낸 그는 회사 경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직과 투명성을 꼽았다.
약속을 잘 지키고 투자받은 돈을 펑펑 쓰지않으며 투명하게 관리해 온것을 자신의 가장 큰 재산으로 삼고 있다.
평소 '좋은 습관을 갖자'가 생활수칙인 엄 대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택시나 자가용도 이용을 안한다.
'도가니'로 일명 대박이 나긴 했지만 영화 성공후 변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는 그는 사무실도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했다.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 근처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것.
소위 말하는 '폼잡는' 사장으로 강남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 교통 근접성이 좋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강북지역이 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전에도 영화흥행으로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을 봐왔지만 오래 못가더라구요. 전 또 힘들어질때를 대비하기 위해 허리를 더 졸라맸습니다. 난방도 잘 안되고 곰팡이가 피어있던 월세집을 떠나 대출을 받긴 했지만 이전에 살던 집으로 다시 들어간 것이 달라진 유일한 점이죠"
정유미는 한마디로 타고난 배우
'도가니' 영화 제작에 나서자 주이에서는 '안될거다 힘들거다'란 말을 많이들 했다.
엄용훈 대표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주위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공유는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낙점이 돼있던 상태였고 여주인공 캐스팅만이 남은 상황.
고민끝에 최종 선택을 받은 사람은 바로 정유미였다.
극중 환경운동가 서유진 역을 맡은 정유미의 장점은 '지나치게 예쁘지 않으면서 연기력이 뛰어나 상대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캐릭터'라는 점.
정유미는 실제 촬영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감독이 요구하는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줘 신뢰를 얻었다.
엄 대표는 "정유미야말로 한마디로 천상 배우다"라면서 "천성이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기특할 정도다"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촬영장에서 김현수 정인서 백승환 등 아역배우들을 먼저 챙기는 것도 항상 정유미였다.
로케이션 촬영시 제작비 관계상 주연배우들은 호텔에서 조연배우들은 모텔급 숙소가 배정됐는데 정유미는 비교육적 환경에 놓이게 될 아역배우들을 염려해 호텔방에 불러다 놀아주고 잠을 재우기까지 할 정도였다.
차기작이자 창립작인 '러브픽션'
내년 2월 개봉예정인 하정우-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은 엄용훈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로맨틱 코미디작품이다.
'도가니'의 차기작이자 창립작인 이유는 앞서 수년간 준비과정을 거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회사를 차리고 싶은 욕심이 났던 것도 이 작품을 만나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화 '러브픽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싶었다는 엄용훈 대표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도가니'의 후속작품이라는 부담은 전혀 없어요. 전 언제든 초심처럼 열심히 뛸 준비가 돼 있고 도가니 흥행이 앞으로 좋은작품을 더 많이 만들수있는 밑걸음이 됐을뿐 제 전부를 보여드린 건 아니니까요. '러브픽션'도 아마 많은 관객들이 보고 칭찬해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어 "극장에서 상영직전 리드필름을 보고 '이영화 삼거리 픽쳐스가 만들었어? 그럼 보나마나 괜찮겠네'라는 말을 듣게 될 그날이 곧 오겠죠. 하하"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