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윈저와 임페리얼의 출고량(주류업체가 도매업체에 판매하는 제품 수)이 지난달 갑자기 급증했다. 업계에선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윈저의 지난달 출고량은 12만5557상자(1상자는 500㎖ 18병)로 전달(5만3606상자)보다 134.2%, 지난해 같은 달(7만268상자)에 비해 78.7% 증가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도 지난달 출고량이 9만3335상자로 전달(5만3188상자)과 지난해 같은 달(5만6718상자)에 비해 각각 84.8%와 64.6% 늘어났다. 반면 위스키 3위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는 지난달 2만7267상자가 출고돼 전달(2만9669상자)보다 8% 줄어들었다.

윈저와 임페리얼의 출고량 급증에 대해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측은 “도매업체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주문량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말 성수기를 감안하더라도 위스키 판매량이 최근 몇 년간 하락세였고, 경기 위축으로 소비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두 위스키만 출고량이 급증한 것은 정상적인 수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말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롯데칠성, 골든블루, 하이스코트 등 5개 위스키업체가 모여 이달부터 주류를 공급할 때 도매상과 판매업소에 장려금이나 수수료 등을 지원하지 않기로 ‘자정 결의’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도매업체들이 마지막으로 ‘장려금’을 많이 챙기려 했고 영업력이 강한 두 선두업체가 월말에 물량을 한꺼번에 넘기는 ‘밀어내기’식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