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명언명구선' 펴낸 정현수 씨 "50년 독서, 5000권 정수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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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1년에 200권 정도라니, 한 달이면 적어도 15권, 이틀에 한 권꼴이 아닌가. 그렇게 50여년 읽고 또 읽은 책이 5000여권을 헤아린다. 마음곳간의 너른 책장도 더 이상 빈 데를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옛 재무부 이재국(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외환은행 등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정현수 씨(76·사진)의 ‘습관적 독서’ 이력이다. 그런 정씨가 펴낸 첫 책이라서일까. 《名言名句選(명언명구선)》(토트, 720쪽, 2만9000원)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지 햇수로 15년쯤 됐네요. 은퇴하고 책을 더 많이 읽었어요. 젊어서부터 문학에 대한 향수랄까 그런 게 있어서 독서량이 많은 편이었죠. 책은 제 50년 독서 인생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동안 읽은 5000여권 책 속에서 감명받은 구절을 뽑아 모았어요.”
《名言名句選》은 가히 ‘인생이라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 얼기설기 얽힌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지혜의 진수성찬’에 다름없다. 아름다운 문장과 시문(詩文), 위대한 인물들의 명언, 울고 웃기는 해학과 속담, 농세(弄世)적인 풍자와 풍류의 짧은 글들이 때론 무릎을 치게 만들고, 때론 깊은 사색의 길로 이끈다. ‘부부십계명’ ‘나이들어 대접받는 일곱 가지 비결’ 같은 현실적인 자기계발 덕목들도 재미있다.
“머리맡에 책과 펜, 메모지를 놓아두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어요. 좋은 문구를 보는 대로 메모했지요. 이를 다 모으면 4000쪽 분량이 넘어요. 대학 교수와 함께 세 달에 걸쳐 인생·지혜, 종교·명상, 행복·불행 등 13개 항목으로 분류했네요. 책에 싣지 못한 게 더 많아 아쉬워요. 저술은 인간이 하고 편집은 신이 한다니 어쩌겠어요.”
그는 ‘일기광’으로도 유명하다. 일기를 쓰고부터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다. 올해로 63년째다. 무릎을 꿇고 사서삼경을 읽게 한 엄한 한학자 아버지 영향이 컸을까.
“‘범생이’타입인 거죠. 외국에서는 일기를 10년 쓰면 성실하다고 해서 신원보증도 필요없다고 한다는데 저는 60년 넘게 썼네요. 나름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표시겠죠.”
그는 조붓한 산길을 걸으며 하는 ‘행선(行禪)’을 즐긴다. ‘극기, 그것은 가장 외로운 인생의 안내자다’란 오래된 경구를 새기며 ‘뚝배기보다 장맛’인 인생 걸음을 내딛는다.
“인생에서 감성적인 희열이 없다면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없어요. 꽃이 피기까지의 저 아름다운 침묵, 그걸 볼 수 있어야죠.”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옛 재무부 이재국(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외환은행 등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정현수 씨(76·사진)의 ‘습관적 독서’ 이력이다. 그런 정씨가 펴낸 첫 책이라서일까. 《名言名句選(명언명구선)》(토트, 720쪽, 2만9000원)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지 햇수로 15년쯤 됐네요. 은퇴하고 책을 더 많이 읽었어요. 젊어서부터 문학에 대한 향수랄까 그런 게 있어서 독서량이 많은 편이었죠. 책은 제 50년 독서 인생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동안 읽은 5000여권 책 속에서 감명받은 구절을 뽑아 모았어요.”
《名言名句選》은 가히 ‘인생이라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 얼기설기 얽힌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지혜의 진수성찬’에 다름없다. 아름다운 문장과 시문(詩文), 위대한 인물들의 명언, 울고 웃기는 해학과 속담, 농세(弄世)적인 풍자와 풍류의 짧은 글들이 때론 무릎을 치게 만들고, 때론 깊은 사색의 길로 이끈다. ‘부부십계명’ ‘나이들어 대접받는 일곱 가지 비결’ 같은 현실적인 자기계발 덕목들도 재미있다.
“머리맡에 책과 펜, 메모지를 놓아두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어요. 좋은 문구를 보는 대로 메모했지요. 이를 다 모으면 4000쪽 분량이 넘어요. 대학 교수와 함께 세 달에 걸쳐 인생·지혜, 종교·명상, 행복·불행 등 13개 항목으로 분류했네요. 책에 싣지 못한 게 더 많아 아쉬워요. 저술은 인간이 하고 편집은 신이 한다니 어쩌겠어요.”
그는 ‘일기광’으로도 유명하다. 일기를 쓰고부터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다. 올해로 63년째다. 무릎을 꿇고 사서삼경을 읽게 한 엄한 한학자 아버지 영향이 컸을까.
“‘범생이’타입인 거죠. 외국에서는 일기를 10년 쓰면 성실하다고 해서 신원보증도 필요없다고 한다는데 저는 60년 넘게 썼네요. 나름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표시겠죠.”
그는 조붓한 산길을 걸으며 하는 ‘행선(行禪)’을 즐긴다. ‘극기, 그것은 가장 외로운 인생의 안내자다’란 오래된 경구를 새기며 ‘뚝배기보다 장맛’인 인생 걸음을 내딛는다.
“인생에서 감성적인 희열이 없다면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없어요. 꽃이 피기까지의 저 아름다운 침묵, 그걸 볼 수 있어야죠.”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