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전신화상에 30차례 수술 고통…그래도 삶은 '선물' 이었다
입력2011.12.15 17:39
수정2011.12.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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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문학동네
304쪽 │ 1만3800원
‘눈꺼풀이 다 타버려 눈을 감을 수도 없고, 피부가 없는 얼굴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늘 눈에 고여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날벌레 한 마리가 진물이 고인 눈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고개도 돌릴 수 없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눈을 깜박거릴 수조차 없어 누군가 와서 벌레를 쫓아주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지선아 사랑해》는 2000년 7월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음주운전 차에 받혀 불타면서 얼굴 등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던 이지선 씨의 부활록이다. 예쁜 모습 간 데 없이 숯덩이처럼 변한 뒤 수술만 30여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선물’이란 고백은 툭하면 내뱉는 ‘힘들다’가 얼마나 사치스런 투정인지 일깨운다.
사고 후 10년에 걸친 그의 삶은 한 인간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68일 만에 걸음마 열 번을 뗐을 때 온가족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매일 울고만 있을 것 같겠지만 정작 그 고난의 한복판에 있던 우리 가족은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고, 작은 변화에도 많이 감사하며 견뎠습니다.’
말이 그렇지 그의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말끔하고 편안했던 이식 피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뒤틀렸습니다. 목 피부가 당겨와 턱이 없어진 지 오래고, 등을 바로 세울 수 없어 등받이 없는 의자엔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서로 당기는 피부의 힘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척추도 점차 휘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난 건 조직확장술을 받은 뒤. 그는 당시 수술을 담당한 일본 후쿠시마 현립의대 형성외과 우에다 가쓰키 교수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적었다. ‘선생님은 저를 수술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의사들과 달리 제 온몸에 남아 있는 수술 흔적에 대해 조심스럽고 예의를 갖춰 동의를 구하셨습니다.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습니다.’
세 번의 수술 끝에 똑바로 눕고 앉을 수 있게 되자 그는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모두들 끝났다던 인생의 바닥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에서의 공부 과정은 그가 어떻게 보스턴대(재활상담)와 컬럼비아대(사회복지)에서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받고 UCLA 박사 과정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 알려준다.
‘오만가지 핑계를 대도 결국은 더 자고, 더 놀고 싶은 나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날마다 계획을 세우지만 날마다 후회하고 다짐하고 무너지는 자신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 이기고 나니 그 승리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 더 노력하고 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지만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내는 이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 밟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틀렸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봐야겠다.
대한항공이 기존에 ‘태극 마크’로 대표되는 기업 이미지(CI)를 41년 만에 바꾸고, 항공기 도장(리버리)도 간결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새단장한다.대한항공은 11일 서울 강서구 본사 격납고에서 ‘라이징 나이트’ 행사를 열어 새 로고와 CI 등을 공개했다. 새 로고는 태극마크 심벌과 항공사명을 표기한 로고 타입 ‘KOREAN AIR’를 나란히 배치한 형태다. 심벌은 기존 태극마크 형태를 유지하되 색상의 경우 고유한 짙은 푸른빛인 ‘대한항공 다크 블루’ 단색으로 깔끔해졌다.대한항공은 “절제된 표현 방식으로 현대적 이미지를 구현해 통합 항공사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모던함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담았다”며 “태극마크를 이루는 우아한 선으로 역동적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이번 디자인 변경은 모던함과 미니멀리즘이 트렌드인 주요 글로벌 항공사 추세에 발맞추면서 동시에 대한항공 고유의 헤리티지(전통)를 계승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대한항공은 심벌과 로고 타입 ‘KOREAN AIR’를 모두 표기한 방식, 심벌과 로고 타입을 ‘KOREAN’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방식, 심벌만 사용한 방식 3가지를 고루 활용할 계획. 아울러 브랜드 이미지 통일을 위해 전용 서체와 아이콘도 개발했다.항공기 외부 디자인에 새 CI를 입힌 새 도장(리버리)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도입한 보잉 787-10 신형기가 새 로고가 적용돼 오는 12일 오전 인천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KE703편에 처음 투입될 예정이다.새 항공기 도장의 측면 앞부분에는 ‘KOREAN’을 큼지막하게 새겼다
독일 베를린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한국 출신 아티스트의 전시를 접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세기 이후 격동의 시간을 지나며 한국은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이뤄냈고, 독특한 국가적 환경을 예술의 자양분으로 활용하는 동시대 한국 미술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지난달 28일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서 열린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46·사진)의 개인전 ‘Many Worlds Over’는 전시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LG 구겐하임 어워드(20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미래상(2024),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2023)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김아영은 인간과 기계, 사물의 경계를 허무는 ‘사변적 서사’를 통해 자본주의, 경계성, 시간성 등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미래를 모색하는 예술을 실천해 왔다.◇한국인 최초 LG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서울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게임 엔진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도입하면서도 그것이 단지 도구에 머물지 않도록 엮어낸다.이번 개인전에 신작은 없지만 독일 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넓은 관객층에 선보이는 작업이 전시됐다. 샘 바다우일 함부르거 반호프 공동 미술관장과 샬로테 크나우프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2022년부터 전개된 ‘딜리버리 댄서’의 다중 세계관에서 연계되고 확장된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 ‘딜리버리 댄서 시뮬레이션’ ‘고스트 댄서’ ‘궤도 댄스’와 지
“난 사실 결혼이 너무 하고 싶어요. 그놈의 웨딩드레스가 너무 입고 싶어요. 사진 왕창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다 올리고 싶어요. 20장 꽉꽉 채워서 마지막 한 장까지 전부 다!”사랑을 갈망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여자가 식탁 위로 벌떡 올라가 외친다. 울먹이는 여자 옆에는 오늘 처음 본 남자가 있다.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당신한테 해줄 게 없다”며 거리를 두는 남자. 둘은 이대로 서로를 지나칠까. 아니면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영국 런던이 배경인 연극 ‘비기닝’(사진)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 낯선 남녀가 하룻밤 사이에 주고받는 솔직하고 진득한 대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면서도 묘하게 어색한 상황이 2인극으로 현실감 있게 전개된다. 비기닝이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능력 있는 사업가 로라의 아파트에서 왁자지껄한 홈파티가 끝나고 부엌에는 이날 지인의 친구로 초대된 대니만 남았다. 로라는 이날 처음 만난 대니에게 “집에 안 가길 바랐다”며 솔직하게 호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대니의 반응은 어째 뜨뜻미지근하다. 당황한 듯 몸을 뒤로 빼고, 갑자기 고무장갑을 끼더니 집주인도 아닌데 설거지를 시작한다. 대화 도중 어색해지는 순간이 오면 집에 가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떠나지는 않는다. 로라는 그런 대니가 답답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진다.로라는 서툴지만 매력적인 대니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하지만 알고 보니 그에게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대니가 로라에게 선을 긋는 것은 지난 상처가 불러온 두려움 때문이었다. 로라는 자신도 완벽하지 않고, 과거보다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