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한국행정연구원이 정부 정책인 원전의 추가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파문이 일자 해당 연구소는 “최종보고서가 아니다”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하지만 국책연구소라는 곳이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행정연구를 하라고 만든 연구소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발전조건: 성장·환경·복지의 선순환’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내걸고 전공도 아닌 원전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밑도 끝도 없이 미래세대 부담 운운하며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저의도 의심스럽다. 이들의 주장은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핵단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최종보고서 작성을 위한 연구진 워크숍에서는 더 강력한 반(反)원전 입장을 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하는 얘긴지 모르겠다. 원전의 단계적 폐기방침을 밝혔다는 독일이 자주 인용되고 있지만 이들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조차 사고 초기와는 달리 대안부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원전 수출 재개도 다시 서두르고 있다.

연구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공부가 모자란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를 무턱대고 확대한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착각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지금 잡아놓은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벅차기만 하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여건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이 크고, 여전히 경제성 확보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태양광은 과잉 공급에 따른 구조조정에, 덤핑 논란으로 무역분쟁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당장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나라가 바로 우리다. 원전 하나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블랙아웃으로 내몰릴 판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서둘러도 될까말까한 판국에 국책연구소가 반원전 운운하고 있으니, 도대체 제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