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부근. 바깥 날씨는 영하 4도를 밑돌았다. 명동역 4번 출구를 나와 소공동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명동상가 큰 골목길에는 상가 40여곳이 입구 문을 열어 둔 채 에어커튼을 가동하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는 29곳 중 28곳이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기자가 한 화장품가게 안으로 들어가 디지털 온도계로 실내온도를 재봤다. 23도를 웃돌았다. 이 가게 매니저는 “중구청으로부터 공문을 받긴 했는데 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동계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전국 주요 상가 주상복합 건물 등 5만8000여곳의 시설물 난방온도를 20.5도 이하로 제한하고 첫 단속에 들어간 이날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 상가 밀집지역 및 주요 관공서, 은행들의 전력낭비습관은 여전했다.

이날 단속반의 실내온도 측정 결과 평균 21.5도가 나온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20.9도를 가리킨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는 경고장이 발부됐다. 은행연합회 건물 관리인은 “오전 7시에서 9시까지 2시간만 난방했는데 높게 나왔다”며 “내일은 30분을 줄여 1시간 반 정도만 가동해 정부기준에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가게와 패스트푸드점 등 상가는 판매를 이유로 정부합동 점검단의 단속을 비웃듯 반팔 차림으로 영업하는 곳도 많았다. 명동입구 맥도날드 매장 안에 있는 직원들은 가벼운 티셔츠 차림이거나 반팔을 입고 손님을 맞았다.

인근 아이스크림 가게 콜드스톤의 직원은 “구청으로부터 따로 공문을 받진 못했지만 아이스크림 가게 특성상 온도가 낮으면 손님들이 오지 않아 실내온도를 23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결과 4회 적발시 300만원의 과태료까지 물리겠다고 했지만 에너지 소비자는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은행과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신한은행 명동지점에선 직원들이 가벼운 블라우스 차림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실내온도는 24도.

인권위가 있는 을지로 금세기빌딩의 1층 온도는 22도, 11층은 25도였다. 건물 관리인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난방을 가동하지만 최저 수준으로 한다”며 “20도에 맞춰 난방을 틀지만 몇 군데는 이보다 높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같은 시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교보문고까지 이어진 강남대로변 상가밀집지역도 절전은 ‘딴 나라’ 얘기였다. 대부분의 상점 실내 온도는 20도를 훌쩍 넘긴 22~23도를 유지했다. 강남구는 다른 곳과 달리 계도기간을 1주일 더 연장키로 했다.

심성미/김우섭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