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넥슨·NHN도 탐욕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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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산업부 차장 sookim@hankyung.com
“갈등과 혼란이 10년은 가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해결해본 경험이 없으니 엄청난 변화와 충격이 있겠죠. 어쩌겠습니까. 잘 헤쳐가길 바랄 수밖에요.”
삼성의 한 사장은 지난 봄 넋두리처럼 이렇게 말했다. ‘잘나가는’ 대기업들이 심각한 사회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풀이’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얘기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22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청춘 콘서트’가 경희대에서 시작됐다. 첫 회에 4500여명이 몰렸다. 2030세대는 비싼 등록금, 앞이 안 보이는 취업난과 전세난, 고물가로 인한 저마다의 고통에 공감하며 거친 울분을 쏟아냈다.
애초 의도와 무관하게 분노의 화살은 결국 정부와 대기업 및 총수들에게로 향했다. 청춘콘서트는 ‘폴리테이너(politainer)’로 불리는 개그맨 김제동과 영화배우 김여진의 2.0 버전으로 진화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분노, 그리고 적개심
여름께부터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나꼼수가 떠도는 소문과 괴담들을 거친 말에 담아내자 당면한 현실이 힘들고 앞날이 불안한 이들부터 앞다퉈 열광했고 갈수록 청취자층이 늘고 있다.
나꼼수는 처음부터 ‘가진’ 적군과 ‘갖지 못한’ 아군으로 편 가르기를 한 뒤 ‘적군’인 정부의 무능과 ‘대기업 오너들의 욕심’을 조롱하며 수많은 ‘아군’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90%가 괴담 수준의 얘기지만 현실이 고단한 이들은 ‘한·미 FTA이 체결되면 맹장 수술 때 500만원이 든다’는 괴담을 ‘진실’로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9월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월가의 탐욕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는데도, 죄없는 서민들만 고통받고 그들은 호의호식했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지금의 시장경제로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구호는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 한국의 20, 30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는 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의 파생상품화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월가의 탐욕 덕에 수많은 서민 가장들이 평생의 숙원인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진실”이라고 했다.
활개치는 꼼수들
애초 탐욕스런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금융을 감독하지 못한 정치인과 공무원의 나태와 무능이 진짜 문제라는 얘기다. ‘시장 참가자들의 성취욕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최대 동력’이며 정부와 정치권의 임무는 시장 오작동을 감시하고 미리 막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성취욕은 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넥슨, NHN 등 ‘벤처 신화’를 일구며 그 뒤를 따르는 후발 기업들의 공통 DNA다. 10년 갈등설을 꺼냈던 그 사장은 얼마 전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대기업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치권과 관료들은 혼란스런 시류에 맞춰 대기업 ‘탐욕’을 거론하며 희생양 만들기에 분주하다. 부자 증세와 이익공유제 추진, 내부거래 관련 모범거래관행 자율 도입 등을 통해 욕심을 줄이라고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눈 앞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지만, 이런 식이면 제2의 삼성전자, 현대차는 나오기 어렵다.
김수언 산업부 차장 sookim@hankyung.com
삼성의 한 사장은 지난 봄 넋두리처럼 이렇게 말했다. ‘잘나가는’ 대기업들이 심각한 사회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풀이’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얘기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22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청춘 콘서트’가 경희대에서 시작됐다. 첫 회에 4500여명이 몰렸다. 2030세대는 비싼 등록금, 앞이 안 보이는 취업난과 전세난, 고물가로 인한 저마다의 고통에 공감하며 거친 울분을 쏟아냈다.
애초 의도와 무관하게 분노의 화살은 결국 정부와 대기업 및 총수들에게로 향했다. 청춘콘서트는 ‘폴리테이너(politainer)’로 불리는 개그맨 김제동과 영화배우 김여진의 2.0 버전으로 진화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분노, 그리고 적개심
여름께부터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나꼼수가 떠도는 소문과 괴담들을 거친 말에 담아내자 당면한 현실이 힘들고 앞날이 불안한 이들부터 앞다퉈 열광했고 갈수록 청취자층이 늘고 있다.
나꼼수는 처음부터 ‘가진’ 적군과 ‘갖지 못한’ 아군으로 편 가르기를 한 뒤 ‘적군’인 정부의 무능과 ‘대기업 오너들의 욕심’을 조롱하며 수많은 ‘아군’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90%가 괴담 수준의 얘기지만 현실이 고단한 이들은 ‘한·미 FTA이 체결되면 맹장 수술 때 500만원이 든다’는 괴담을 ‘진실’로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9월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월가의 탐욕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는데도, 죄없는 서민들만 고통받고 그들은 호의호식했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지금의 시장경제로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구호는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 한국의 20, 30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는 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의 파생상품화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월가의 탐욕 덕에 수많은 서민 가장들이 평생의 숙원인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진실”이라고 했다.
활개치는 꼼수들
애초 탐욕스런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금융을 감독하지 못한 정치인과 공무원의 나태와 무능이 진짜 문제라는 얘기다. ‘시장 참가자들의 성취욕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최대 동력’이며 정부와 정치권의 임무는 시장 오작동을 감시하고 미리 막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성취욕은 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넥슨, NHN 등 ‘벤처 신화’를 일구며 그 뒤를 따르는 후발 기업들의 공통 DNA다. 10년 갈등설을 꺼냈던 그 사장은 얼마 전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대기업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치권과 관료들은 혼란스런 시류에 맞춰 대기업 ‘탐욕’을 거론하며 희생양 만들기에 분주하다. 부자 증세와 이익공유제 추진, 내부거래 관련 모범거래관행 자율 도입 등을 통해 욕심을 줄이라고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눈 앞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지만, 이런 식이면 제2의 삼성전자, 현대차는 나오기 어렵다.
김수언 산업부 차장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