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가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습니다(웃음). 한국의 많은 ‘기러기 아빠’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성 김(한국이름 김성용·51·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15일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데 대한 애환을 토로했다. 김 대사가 지난달 10일 부임한 뒤 국내 언론과 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미 수교 129년 이래 첫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은석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녔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갔다.

미 국무부에 들어간 뒤 한국계로서 첫 미 국무부 한국과장, 첫 6자회담 특사, 주한 미국대사에 이르기까지 ‘최초’ 타이틀을 이어왔다. 미국 내 대표적 ‘한국통’인 셈이다. 그는 “대사 부임 선서식 당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나’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회고하고 “주한 미 대사는 많은 사람이 원하는 자리인데 운이 좋았다.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사는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에 대해 “한국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지도자”라고 애도의 뜻을 표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과 관련, “역동적이고 호혜적인 양국의 교역 관계가 이번을 계기로 한층 높은 단계로 격상될 것”이라며 “비준안을 통과시킨 한국 국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한ㆍ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어떤 우려사항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D는 국제적 기준으로 단순히 한·미 FTA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이 맺은 여러 협정에도 포함된 조항”이라며 “한·미 FTA에 ISD가 포함되는 것이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가 재논의하자고 한다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미국 의회에서 강력한 대이란 제재 법안이 진행 중인 데 대해 “법안의 향후 진행을 지금 말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란이 계속해서 핵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심각한 우려사항”이라며 “이란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그는 북핵문제가 정체국면에 머물러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취임 이후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지만 북한은 미사일, 핵실험에 이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간 3차 대화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북한이 진정 9·19 공동성명이나 유엔 결의안을 준수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면 의미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화제가 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에 대해 “한국의 새로운 경향이나 세태는 한국사회를 배우는 좋은 방법”이라며 “‘나는꼼수다’ 측에서 출연 요청이 올리 없겠지만 만약 온다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