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난만이 빈곤의 전부 아니다
빈곤과 관련한 신조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집은 있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과도한 결혼비용으로 인해 빚더미를 짊어지게 된 ‘허니문 푸어’ 같은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이 숨이라도 쉴 수 있게 지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김교성·노혜진 두 중앙대 교수가 쓴《한국의 빈곤》(나눔의집, 2만2000원)은 현재의 빈곤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소득 수준과 가구주 중심으로만 빈곤 양상을 파악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차상위계층, 도시근로자, 지역빈곤 격차, 서울시 빈곤층, 사회적 배제, 여성 가구주의 빈곤, 시간과 소득의 이중 빈곤 등 지역과 성별 요소들을 포함해 빈곤 실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장시간 노동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 측면에서는 빈곤하지 않더라도 육아 등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탓에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식이다. 빈곤 계층이 각기 다른 원인으로 빈곤을 겪고 있고, 서로 다른 욕구를 갖고 있으니 지원 정책도 차별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소득보장 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기본소득 제도도 소개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