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휴대용 거짓말탐지기가 등장한 적이 있다. 가상의 부부로 나온 가인이 “결혼 전에 사귄 여자친구 없었어?”라는 물음에 조권이 완강히 고개를 젓자 탐지기에 손을 넣게 했다. 잠시 후 조권은 화들짝 놀랐다. 거짓으로 탐지돼 손가락에 전기자극이 가해진 것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소개돼 세계적 명소가 된 ‘진실의 입’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목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영화에서 그레고리 펙이 손을 넣었다 진짜 잘린 척하는 장면을 찍을 때 오드리 헵번에겐 미리 알려주지 않아 놀란 표정이 더욱 실감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자주 한다. 8분마다 한 번꼴, 심지어 하루 200번쯤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직장인이 꼽은 최고의 거짓말 1,2위가 “회사를 그만두고 말지“와 “언제 밥 한번 먹자”였다.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처럼 악의없는 하얀 거짓말은 삶의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오리발이나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거짓말이 빈번한 만큼 탐지기법도 유서가 깊다. 조선시대에는 용의자에게 생쌀을 씹게 했다. 거짓말을 하면 입에 침이 마르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최초의 거짓말탐지기는 1895년 이탈리아 범죄심리학자 체자레 롬브로소가 개발했다. 거짓말할 때 무의식 중에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의 변화를 감지하는 원리다. 국내에는 1960년대에 도입돼 1980년 이윤상군 유괴살해범을 잡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90%가 넘지만 완벽한 건 아니다. 정서 반응에 의존하기에 잘 훈련된 사람이나 사이코패스, 정신이상자 등에겐 소용이 없다. 법정에서도 직접 증거로는 채택하지 않는다. 요즘엔 기존 탐지기의 단점을 보완한 뇌지문감식기, 표정으로 심리를 읽는 신형 거짓말탐지기 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동공, 근육, 괄약근 변화까지 포착하는 거짓말탐지의자를 2008년 개발해 특허를 얻기도 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한 경찰 수사에서 국회의장 비서의 거짓말탐지기 양성반응이 나와 부실수사 논란을 빚고 있다. 대가성 없는 단독범행이라는 경찰에게 거짓말탐지기를 들이대봐야 할 듯 싶다. “한 가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선 20가지 거짓말을 공부해야 한다”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말이 생각난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