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BoA 너마저…무더기 신용 강등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 세계 금융시장 빅 플레이어(big player)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됐다. 유럽이나 미국 등 재정위기를 겪는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 대표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추락했다는 것이 이례적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인해 은행들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표선수들에게 ‘단체 경고장’이 날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초대형 은행들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표선수들에 옐로카드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 피치는 15일 BoA와 씨티그룹 등 7개 초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했다. 미국 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을 비롯해 영국 바클레이즈, 독일 도이체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각국 대표 은행들을 망라한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강등 조치는 개별 은행의 신용도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발견돼서라기보다 금융시장 전반의 어려운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각국에서 추진 중인 대대적인 규제 강화로 금융시장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는 점도 반영됐다. 씨티그룹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 반대 여론이 커지는 등 ‘정치적 환경’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피치의 신용 강등 조치에 대해 BoA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BoA의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치는 전날에도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과 덴마크 단스케방크, 네덜란드 라보방크 등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날 피치의 조치로 글로벌 3대 신평사들의 대형 은행에 대한 연쇄 강등은 일단락됐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 9월 주요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떨어뜨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달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은행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피치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닉스 그린우드캐피털 애널리스트도 “아무리 살펴봐도 은행업계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유로화로부터 탈출 이미 시작”

피치의 우려처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럽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은행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 예금자들이 유럽계 은행에서 자국 은행으로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 내 외국계 은행의 예금이 지난 6개월 동안 25%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자회사 아메리카스트러스트는 3분기 예금이 21억달러(6.8%) 줄었고, 바클레이즈의 미국 영업법인인 델라웨어는 3억9700만달러(5.6%) 감소했다. 한스 레데커 모건스탠리 파생상품부문 사장은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로부터 (글로벌 자본의) 탈출은 이미 시작됐다”며 “유로존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지적했다.

한편 S&P는 이날 방키아와 방코포퓰라르 등 스페인 10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이들 스페인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추가 하향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