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세계 경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1930년대식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한 신흥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도 유로존이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5일 미국 국무부 초청 연설에서 “저소득 국가와 중간소득 국가, 신흥국가와 슈퍼 선진국가를 막론하고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유로존 재정)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경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유로존 위기 극복에) 국제사회가 협력하지 않으면 1930년대와 유사한 경기 후퇴, 점증하는 보호무역주의, 고립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유럽 국가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IMF가 재원을 확충해 유로존을 도울 수 있도록 신흥국가들의 지원을 거듭 촉구한 측면도 있다.

라가르드는 “불안한 금융시장, 예상한 것보다 많은 재정적자와 더딘 성장, 완연한 경기 하방 리스크로 인해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암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외가 있다면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 신흥국가들과 아시아 경제가 밝다는 점”이라며 “이들 국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라가르드는 시장의 조바심도 지적했다. 그는 “통화를 통합한 유로존은 경제, 재정적인 통합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이 지역 지도자들이 전에 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당장 위기 해소법을 내놓길 원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