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본부장 이상 243명 중 여성 8명 뿐
삼성그룹에서 여성 부사장이 탄생하는 등 경제계 전반에 여성 인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은 여전히 ‘여성 인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여성 부행장은 한 명도 없고 본부장도 은행별로 1~3명에 불과하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에서 본부장 이상 중책을 맡은 여성은 8명에 그치고 있다. 임직원이 2만3000명인 국민은행의 경우 여성 본부장이 2명뿐이다. 김행미 서울 강동지역본부장과 박해순 서울서부지역본부장이 전부다. 본부장 이상 임원 수가 62명인 점을 감안하면 3%를 겨우 넘는 수치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부장급 이상 59명 가운데 여성은 유희숙 서울 남서영업본부장과 한순금 서울 북부영업본부장 등 2명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승진한 김옥정 서울 강남2영업본부장을 포함해 3명이며 하나은행은 김덕자 서울 용산영업본부장이 유일하다.

은행권을 통틀어 공채로 입사한 여성이 임원이 된 사례는 권선주 기업은행 신용카드사업담당 부행장밖에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만큼 드물다”며 “외국계 은행에는 여성 임원이 있지만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여성 인재의 발탁이 부진한 이유는 대졸 여성의 입행이 적었던 데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여파가 대부분 여성에게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느 업종보다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이 강력했던 이유도 있다. 여기에 대졸 여성이라 하더라도 은행이 대출 업무를 맡기지 않아 임원 승진에 불리한 구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원으로 승진하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고 요즘은 대출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여성 임원이 많이 나오려면 지점에서 우선 대출 업무에 여성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여성 인재 발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여성 소외 현상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3년 안에 여성 부행장을 뽑겠다”고 지난해 7월 공언했고,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임기 내 여성 부행장을 배출하겠다”고 지난 7월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대 은행에서 본부장급 이상이 243명인데 여성이 8명이라면 3.3%에 그치는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들이 의지를 갖고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