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현금도 원자재 베팅도 싫다면…
유럽이 재정적자 규모를 억제하는 신재정협약에 합의하며 멍석을 깔아줬지만 독일은 아직 재주를 부리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금 출연에서도 미국과 독일은 네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각국이 공조보다 이기주의로 치닫는 점이 불안하다.

지금은 기로에 서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적인 과소비와 지난 3년간 중국에서의 거품을 감안할 때 모든 경제가 지쳐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세계 경제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현금흐름과 부채 차환이 원활하지 않아 자금난이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는 상상 외로 폭락할 수 있다. 이 경우엔 당연히 현금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반면 십시일반으로 금융 기능이 회복되면 유동성이 원자재로 쏠릴 것이다. 지금은 미국이 이기적으로 자금을 미국채시장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국제적 공조가 도출되면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사실 아쉬운 것은 독일 아닌가. 만일 독일이 부실국가를 돕지 않고 유럽연합(EU)을 해체하면 부실국가마다 마음껏 돈을 찍어, 즉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국가부채를 줄이고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독일은 투자자금이 훼손되고 자국 통화가치 절상으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다.

현금과 원자재 사이에서 베팅하기 싫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경쟁력이 강화되는 기업들이다. 수요가 위축돼도 점유율 상승에 힘입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자동차주가 대표적이다.

둘째, 중국 내수주다. 이기주의 속에서 중국도 수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내수 의존도를 빠르게 높일 것이다. 또 보호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 생산기지에 대한 제재가 더해질 경우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부각될 것이다.

김학주 <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