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 그도 부러운 40만원 만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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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떠 돈 잘 번다고 생각하겠지만 신인 작가들은 일주일 10만원 받아"
"88만원 세대요? 그것도 부러운 한달에 40만원 받는 만화가입니다."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30대초반의 웹툰 만화가 A씨를 만났다. A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찌질해 보일까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이어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웹툰 만화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300명이 안 된다"라며 인터뷰에 앞서 '절대 익명'을 당부했다. 함께 나온 B씨와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C씨도 마찬가지. "누군지 알려지면 큰일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른 사람을 오랜만에 본다는 이들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되는 웹툰 만화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A사의 경우 신인 작가들에게 '생활이 불가능한'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당 10만원.
적어도 이런 상황은 벗어난 C씨는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A사에서 신인 작가는 보통 주1회씩 12회를 계약하고 회당 10만원을 받는다"라며 "계약을 달리해 주 2회를 연재해도 두배로 뛰는 것이 아니라 회당 몇만원만 오르는 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식 작가가 되기 전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검증'한다는 것이 해당 포털 측의 명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고료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작가 보호 차원에서 원칙"이라면서 확인을 거부했고 "(적은 원고료라도 지급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에 대해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한 것이며 원고료가 다양한 기준으로 차등 지급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C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르다.
그는 "이런 것은 기회가 아니다. 처음 데뷔할 때부터 생활이 불가능한 원고료로 시작하기 때문에 꿈이 꺾이는 사례를 많이 봤다"라며 "30대 초중반인 한 작가는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일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들었지만, 고료가 너무 작아서 '빚은 언제 다 갚고 사람다운 삶을 사냐'며 울다시피 호소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경우는 더 특이했다"라며 "3명이서 함께 기획, 작화, 채색 등의 역할을 나눠 시작했기 때문에 40만원을 3등분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에 대해 "왜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돈을 줘야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포털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신인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실 하나 때문에 A사를 외면하고 100만원 초반대의 급여라도 처음부터 보장하는 경쟁사로 향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C씨는 현재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으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 또한 3등분은 '무리'라는 판단에 그는 이제 독립했다. 그는 "그때는 죽을 것 같았고 지금은 죽지 않을 정도다. '그래, 죽지는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단 한회의 만화를 그리는 것이 많은 시간과 돈을 소모할까. '그렇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A씨는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숨만 쉬고 산다"라며 "만화가 돈이 안든다고 하지만 완전히 상상만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서 보고, 책도 읽어야 하고 차비도 들고. 작업실, 전기세 등 간접적인 비용도 많다. 40만원으로는 무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A사도 유명한 포털인데. 만화 콘텐츠를 사오는 데 대한 금액이 10만원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일주일 중 6일은 만화 작업하고 좀 잘 안 된다 싶으면 7일 내내 작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라며 "밖에 나가지를 못하니까 생활비를 쓸일이 없다. 이게 장점인가"라며 웃었다.
A씨는 "88만원 세대, 그런 말들이 있던데 그것도 부러운 '40만원세대'라면 우리의 처지가 거기에 딱 맞겠다'라며 "친구도 좀 만나고 싶고 여기 인터뷰에 올 차비도 없어 혼자 웃었고 동생을 만나도 차 한잔 못사주고..."라면서 말을 멈췄다. 다시 그는 "아주 가끔 술 먹을 때 생맥주를 마시다가 더 먹고 싶은데 누구도 자신 있께 '하나 더'를 외칠 수 없는 그런 게 씁쓸하다"라며 "그깟 게 뭐라고"라고 덧붙였다.
가끔 작가들끼리 만나면 "고료로 얘기를 시작해서 고료로 끝난다. 다 암울하고 우울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웹툰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경쟁사 고료보다 절대로 높게 책정하지 마라는 정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라며 "경쟁사가 올리면 또 올려야 될테니까 그렇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포털만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없다"라며 "만화를 돈을 주고 사보는 문화가 크게 줄어든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한다고 해서 누가 주목을 하겠냐. 선배들이 '니들 지금 돈 얘기 하냐. 더 할 생각을 해라' 이러면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
또 "내 작품이 그렇다고 해서 '대박이 났느냐'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라서 강하게 주장하기에는 힘이 안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10번 찍어 모두가 대박이 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일지라도 우리는 열심히 해서 A급 작가 대열에 들어서고 싶지만 일단 배고프고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를 요청했던 다수의 신인 웹툰 만화가들도 "우리가 말한다고 바뀌겠느냐"라고 답했다.
현재 웹툰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는 곳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만화 관련 주간 페이지뷰(PV)가 약 2.2억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하루 평균 1700만명 이상이 찾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만화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체에서 5위권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의 경우 9월 기준 코리안클릭 순방문자수(UV)는 약 2848만명이며, 이 가운데 만화 서비스의 UV는 427만명이다. 포털의 수익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A,B,C씨는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으로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134만8000원. 정규직보다 100만원 가량 낮다. 하지만 "이정도라도 받아야 살 수가 있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
"88만원 세대요? 그것도 부러운 한달에 40만원 받는 만화가입니다."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30대초반의 웹툰 만화가 A씨를 만났다. A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찌질해 보일까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이어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웹툰 만화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300명이 안 된다"라며 인터뷰에 앞서 '절대 익명'을 당부했다. 함께 나온 B씨와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C씨도 마찬가지. "누군지 알려지면 큰일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른 사람을 오랜만에 본다는 이들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되는 웹툰 만화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A사의 경우 신인 작가들에게 '생활이 불가능한'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당 10만원.
적어도 이런 상황은 벗어난 C씨는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A사에서 신인 작가는 보통 주1회씩 12회를 계약하고 회당 10만원을 받는다"라며 "계약을 달리해 주 2회를 연재해도 두배로 뛰는 것이 아니라 회당 몇만원만 오르는 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식 작가가 되기 전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검증'한다는 것이 해당 포털 측의 명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고료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작가 보호 차원에서 원칙"이라면서 확인을 거부했고 "(적은 원고료라도 지급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에 대해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한 것이며 원고료가 다양한 기준으로 차등 지급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C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르다.
그는 "이런 것은 기회가 아니다. 처음 데뷔할 때부터 생활이 불가능한 원고료로 시작하기 때문에 꿈이 꺾이는 사례를 많이 봤다"라며 "30대 초중반인 한 작가는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일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들었지만, 고료가 너무 작아서 '빚은 언제 다 갚고 사람다운 삶을 사냐'며 울다시피 호소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경우는 더 특이했다"라며 "3명이서 함께 기획, 작화, 채색 등의 역할을 나눠 시작했기 때문에 40만원을 3등분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에 대해 "왜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돈을 줘야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포털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신인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실 하나 때문에 A사를 외면하고 100만원 초반대의 급여라도 처음부터 보장하는 경쟁사로 향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C씨는 현재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으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 또한 3등분은 '무리'라는 판단에 그는 이제 독립했다. 그는 "그때는 죽을 것 같았고 지금은 죽지 않을 정도다. '그래, 죽지는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단 한회의 만화를 그리는 것이 많은 시간과 돈을 소모할까. '그렇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A씨는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숨만 쉬고 산다"라며 "만화가 돈이 안든다고 하지만 완전히 상상만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서 보고, 책도 읽어야 하고 차비도 들고. 작업실, 전기세 등 간접적인 비용도 많다. 40만원으로는 무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A사도 유명한 포털인데. 만화 콘텐츠를 사오는 데 대한 금액이 10만원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일주일 중 6일은 만화 작업하고 좀 잘 안 된다 싶으면 7일 내내 작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라며 "밖에 나가지를 못하니까 생활비를 쓸일이 없다. 이게 장점인가"라며 웃었다.
A씨는 "88만원 세대, 그런 말들이 있던데 그것도 부러운 '40만원세대'라면 우리의 처지가 거기에 딱 맞겠다'라며 "친구도 좀 만나고 싶고 여기 인터뷰에 올 차비도 없어 혼자 웃었고 동생을 만나도 차 한잔 못사주고..."라면서 말을 멈췄다. 다시 그는 "아주 가끔 술 먹을 때 생맥주를 마시다가 더 먹고 싶은데 누구도 자신 있께 '하나 더'를 외칠 수 없는 그런 게 씁쓸하다"라며 "그깟 게 뭐라고"라고 덧붙였다.
가끔 작가들끼리 만나면 "고료로 얘기를 시작해서 고료로 끝난다. 다 암울하고 우울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웹툰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경쟁사 고료보다 절대로 높게 책정하지 마라는 정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라며 "경쟁사가 올리면 또 올려야 될테니까 그렇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포털만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없다"라며 "만화를 돈을 주고 사보는 문화가 크게 줄어든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한다고 해서 누가 주목을 하겠냐. 선배들이 '니들 지금 돈 얘기 하냐. 더 할 생각을 해라' 이러면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
또 "내 작품이 그렇다고 해서 '대박이 났느냐'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라서 강하게 주장하기에는 힘이 안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10번 찍어 모두가 대박이 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일지라도 우리는 열심히 해서 A급 작가 대열에 들어서고 싶지만 일단 배고프고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를 요청했던 다수의 신인 웹툰 만화가들도 "우리가 말한다고 바뀌겠느냐"라고 답했다.
현재 웹툰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는 곳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만화 관련 주간 페이지뷰(PV)가 약 2.2억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하루 평균 1700만명 이상이 찾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만화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체에서 5위권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의 경우 9월 기준 코리안클릭 순방문자수(UV)는 약 2848만명이며, 이 가운데 만화 서비스의 UV는 427만명이다. 포털의 수익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A,B,C씨는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으로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134만8000원. 정규직보다 100만원 가량 낮다. 하지만 "이정도라도 받아야 살 수가 있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