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건설 붐…광부 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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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억 원, 광부 '귀하신 몸'
호주의 제임스 디니슨(25·사진) 씨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1년에 20만 달러(약 2억3000만 원)를 벌어들이는 고소득자다.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광부. 어두컴컴한 광산에서 금·철광·구리·니켈 등 광물을 채굴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10만 달러였던 연봉은 7년 새 두 배로 뛰었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은 800달러(92만 원). 그의 목표는 승진해서 하루에 1400달러(162만 원)를 버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광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광부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11만 달러(1억2700만 원)에 이른다. 임시직과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한 수치다. 호주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 6만6600호주 달러(7500만 원)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광부들의 임금이 치솟는 주요 배경은 중국 등 신흥국의 건설 붐이다. 건설 붐으로 철강과 구리 등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폭발물을 다뤄야 하는 위험이 따르는 험한 광산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호주의 광부는 약 21만6000명으로, 2020년까지 8만6000명이 더 필요하다.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빌리튼의 이안 애시비 철강 부문 회장은 “광부는 부족하고 임금은 치솟아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호주뿐만 아니다. 캐나다에선 2017년까지 광부가 6만∼9만 명 부족할 전망이다. 페루도 앞으로 10년간 광부 4만 명이 더 필요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글로벌 광산 조사 담당자는 “역사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3위 광산 업체인 리오 틴토의 톰 알바니즈 최고경영자(CEO)는 “호주·칠레·아프리카 등지에서 임금이 치솟고 있다”며 “많은 지역에서 광부들의 임금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주 광산 업체들은 뉴질랜드·필리핀 등지에서 광부들을 모셔오고 있다. 호주 광산 업체 NRW홀딩스의 뉴질랜드 출신 광부 리키 러펠(47) 씨는 매달 한 차례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의 집에 갔다가 호주의 일터로 돌아온다. 항공권 가격은 1200달러. 그의 연봉 12만 달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NRW홀딩스는 러펠과 같은 해외 근로자들의 항공료를 지원한다. BHP빌리튼은 광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광산 현장에 레크리에이션센터·운동시설·갤러리도 지었다.
광부 임금 두 자릿수 증가
임금 급등으로 광부들이 밀집한 광산 인근 지역의 물가가 치솟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값비싼 주택과 자동차 소비재들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 드레이크대의 윌리엄 볼 교수는 “광부들이 과거에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 씀씀이가 커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니슨이 소유한 자동차는 차값만 5만5000달러(6300만 원)다. 엔진 개조에 들인 비용까지 합하면 7만1000달러(8200만 원)다. 디니슨은 스스로를 ‘현금이 많은 보간(Bogan)’이라고 부른다. ‘보간’은 블루칼라 노동자를 가리키는 호주 속어다. 고임금을 받는 보간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관련 서적이 출간되고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보간에 대한 환상(The Bogan Delusion)’이라는 책을 펴낸 데이비드 니콜스는 “몇몇 공무원 친구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광부가 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간을 주제로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줄스 던칸은 “(높은 연봉에 대한) 시기심이 호기심으로 이어져 영화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봉 20만 달러의 호주 광부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고 후속 기사로 보도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인도·인도네시아 등지의 트럭운전사·요리사·엔지니어·회계사·투자은행가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호주의 광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해 왔다고 전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36호 제공 기사입니다>
호주의 제임스 디니슨(25·사진) 씨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1년에 20만 달러(약 2억3000만 원)를 벌어들이는 고소득자다.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광부. 어두컴컴한 광산에서 금·철광·구리·니켈 등 광물을 채굴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10만 달러였던 연봉은 7년 새 두 배로 뛰었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은 800달러(92만 원). 그의 목표는 승진해서 하루에 1400달러(162만 원)를 버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광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광부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11만 달러(1억2700만 원)에 이른다. 임시직과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한 수치다. 호주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 6만6600호주 달러(7500만 원)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광부들의 임금이 치솟는 주요 배경은 중국 등 신흥국의 건설 붐이다. 건설 붐으로 철강과 구리 등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폭발물을 다뤄야 하는 위험이 따르는 험한 광산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호주의 광부는 약 21만6000명으로, 2020년까지 8만6000명이 더 필요하다.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빌리튼의 이안 애시비 철강 부문 회장은 “광부는 부족하고 임금은 치솟아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호주뿐만 아니다. 캐나다에선 2017년까지 광부가 6만∼9만 명 부족할 전망이다. 페루도 앞으로 10년간 광부 4만 명이 더 필요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글로벌 광산 조사 담당자는 “역사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3위 광산 업체인 리오 틴토의 톰 알바니즈 최고경영자(CEO)는 “호주·칠레·아프리카 등지에서 임금이 치솟고 있다”며 “많은 지역에서 광부들의 임금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주 광산 업체들은 뉴질랜드·필리핀 등지에서 광부들을 모셔오고 있다. 호주 광산 업체 NRW홀딩스의 뉴질랜드 출신 광부 리키 러펠(47) 씨는 매달 한 차례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의 집에 갔다가 호주의 일터로 돌아온다. 항공권 가격은 1200달러. 그의 연봉 12만 달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NRW홀딩스는 러펠과 같은 해외 근로자들의 항공료를 지원한다. BHP빌리튼은 광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광산 현장에 레크리에이션센터·운동시설·갤러리도 지었다.
광부 임금 두 자릿수 증가
임금 급등으로 광부들이 밀집한 광산 인근 지역의 물가가 치솟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값비싼 주택과 자동차 소비재들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 드레이크대의 윌리엄 볼 교수는 “광부들이 과거에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 씀씀이가 커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니슨이 소유한 자동차는 차값만 5만5000달러(6300만 원)다. 엔진 개조에 들인 비용까지 합하면 7만1000달러(8200만 원)다. 디니슨은 스스로를 ‘현금이 많은 보간(Bogan)’이라고 부른다. ‘보간’은 블루칼라 노동자를 가리키는 호주 속어다. 고임금을 받는 보간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관련 서적이 출간되고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보간에 대한 환상(The Bogan Delusion)’이라는 책을 펴낸 데이비드 니콜스는 “몇몇 공무원 친구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광부가 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간을 주제로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줄스 던칸은 “(높은 연봉에 대한) 시기심이 호기심으로 이어져 영화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봉 20만 달러의 호주 광부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고 후속 기사로 보도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인도·인도네시아 등지의 트럭운전사·요리사·엔지니어·회계사·투자은행가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호주의 광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해 왔다고 전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36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