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A도금업체의 O대표는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대규모 전력소비업체에 대해 피크시간대 10% 절전 규제를 강행하면서다. 그는 “쓰지 않는 조명이나 컴퓨터 등을 끄는 등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공장 라인을 멈추지 않는 한 10% 이상 절전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올겨울 ‘9·15 대규모 정전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1000㎾ 이상 사용 업체는 15일부터 내년 2월29일까지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5~7시) 전력 사용을 전년 동기 대비 10% 감축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업체 입장에선 제한조치 시행일수인 77일 동안 최대 2억2550만원을 물 수 있다.

일부 업체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공장을 그대로 돌리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O대표는 “규제에 맞추려면 라인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그러면 제품이 바로 불량이 나 하루 수천만원을 손해보게 된다”며 “중소기업에 2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태료를 내는 편이 차라리 낫기 때문에 납부를 각오하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근 B자동차 내장재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꺾였다가 올해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시장에서 선전한 덕에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의 김모 이사는 “지난해에는 공장가동률이 낮아 전기 소모가 많지 않았는데 당시 사용량을 기준으로 더 낮추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업체는 감축 목표 이행 불가능 시 사유서 제출 기한인 9일이 지난 후에야 공문을 받아 제출 시기를 놓치는 등 정책 홍보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부터는 피크요금제의 대상을 현재 1000㎾ 이상 사용자에서 30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라 중소 영세 공장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0% 감축 의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업종별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