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보다 슈퍼마켓 손님 더 늘어…"경기급랭 신호"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불황형 알뜰 소비’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교통비를 절약하고 충동구매를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보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장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저가 절약형 상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할인 상품과 값싼 기획·이월 상품들만 잘 나가는 ‘아울렛형 소비 행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줄곧 대형마트에 뒤졌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매출 신장세가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증시 침체 등의 여파로 소비가 움츠러들었던 지난 추석 이후 대형마트를 앞서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보다 슈퍼마켓 손님 더 늘어…"경기급랭 신호"
올 1~9월만 하더라도 SSM 1위인 롯데슈퍼의 기존점 매출 증가율은 2.2%로,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3.6%)보다 낮았다. 10월에는 롯데슈퍼 매출이 6.7% 증가해 월별 기준으로 이마트(5.1%)보다 높아졌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지난달에도 4.9%로 선전했다. 지난달 이마트 매출 증가율은 1.9%에 그쳤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추석이 끝나고 나서 소비자들 사이에 절약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차를 갖고 대형마트에 가면 아무래도 더 쓰게 되니까 슈퍼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SSM의 기존점 매출 증가율이 대형마트보다 높아지는 것을 소비경기 불황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던 2008년과 2009년에는 롯데슈퍼가 이마트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된 작년에는 이마트 성적이 훨씬 좋았다. 백인수 롯데 유통전략연구소장은 “경기가 나빠 지갑이 얇아지면 계획적인 소량 구매와 가까운 점포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전과 패션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상품군에 대한 지출은 줄이고, 비용을 아끼면서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절약형 소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지난 15일까지 한 달 동안 보일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기매트와 전기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49.2%와 42.9% 늘어났다. 반면 가격대가 높고 전기요금 부담이 큰 전기 온풍기 매출은 19.2%, 전기 히터는 2.1% 감소했다. 양문형 냉장고와 대형 TV 등 대형 가전 매출도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가격대가 높은 겨울 점퍼와 외투 등 아우터류 매출은 2.2% 줄어들었지만, 내의는 11.0% 증가했다. 가공식품에서도 과자는 1.8% 증가에 그치고 주류는 6.4% 감소하는 등 기호식품류는 전반적으로 판매가 저조한 반면, 생활필수품류인 조미료는 9.7%, 라면은 11.1% 증가했다.

지난달 기존점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주요 백화점들은 송년세일 기간 연장, 브랜드별 시즌오프(신상품 할인) 품목 확대 등의 할인공세로 이달 들어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전 가구 등 내구재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다. 롯데백화점에서 이달 1~15일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가구는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3~4년간 10~20%대의 성장세로 백화점 호황을 이끌어온 화장품도 지난달(5.4%)에 이어 한 자릿수(6.3%)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할인폭을 늘리고 시즌오프 행사를 지속하고 있는 영패션 의류(14,4%)와 남성패션(11.4%) 등이 그나마 매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각 점포 마다 저가 할인상품을 늘리고 전면에 배치하는 등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