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우울한 열 살 생일…재정위기 부른 '원흉' 취급
“유로화가 우울한 열 살 생일을 맞았다.”

독일 경제주간 비르츠샤프츠보헤는 17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민들의 손에 쥐어진 지 10년 만에 유로화는 자칫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비르츠샤프츠보헤는 “유로화는 유럽통합의 척후병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미국 달러의 패권에 도전하는 패기도 보였다”며 “그러나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터진 이후 유로 체제 유지에 막대한 노력과 자금이 들면서 ‘비싼 돈’이 돼버렸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로화가 화폐로 찍어져서 유럽 각국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보급된 것은 2001년 12월17일. 1999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13개국에 도입됐지만 초기에는 국가 간 거래나 은행 간 거래에만 적용됐다. 2001년 말 민간에서 유로화가 마르크나 프랑 등 기존 통화와 교환됐고, 2002년 1월1일자로 전면 사용됐다.

유로화는 출범 이후 미국 달러화의 패권에 도전하는 대표통화를 꿈꿨고, 유럽 통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도 들었다. 유로존에 저물가, 저금리 시대를 열었고 회원국 경제교류를 확대해 16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칭송도 받았다.

하지만 유럽 단일통화 등장에 대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유럽 국가들이 고평가된 통화를 바탕으로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부동산 버블을 키워 재정위기를 만든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 또 유로존 국가들이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쓸 수 없도록 해 효율적인 재정위기 해법을 박탈했다. 최근에는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이 “독자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하고, 환율정책을 변경할 수 있어 프랑스보다 경제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해 논쟁을 키우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재정위기가 심해지면서 유로화는 시중 유통 10년 만에 ‘퇴장’을 우려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유로화 가치는 5월 고점 대비 13%나 떨어진 유로당 1.3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때 유로화와 경쟁 관계였던 달러화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금을 제치고 안전자산의 왕좌를 꿰찼다”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